韓 BC급 전범피해자 "日, 명예회복·보상 입법하라"

일제의 포로 감시원으로 징용됐다가 전범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쓴 한국인 이학래(89)씨가 입법을 통한 명예회복과 피해 보상을 일본 정부와 의회에 호소했다.


이씨는 20일 오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의 중의원 제1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일본인 지원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개최한 연구회에서 자신을 비롯한 식민지 조선인들을 전선으로 끌고 가 전범으로 처벌받게 한 "일본 정부의 책임은 분명하다"며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부조리를 시정, 신속하게 입법 조치를 강구하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지금 남은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일본 정부와 국회의 양심과 도의에 새롭게 호소한다"고 밝힌 뒤 "한국 정부도 일본에 대해 적절한 외교적 조치를 강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를 포함한 한국인 3천 명 이상은 태평양전쟁 와중인 1942년 6월 일본군의 포로감시원으로 징용돼 아시아 각지의 포로수용소에 배치된 뒤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일제의 전쟁 피해자들이다. 그럼에도, 이들 중 148명이 2차대전 종전 후 연합국이 주도한 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분류됐고 이 가운데 23명이 사형됐다.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0년형으로 감형되면서 11년 수감생활 끝에 1956년 가석방된 이씨는 일본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원호와 보상에서 배제되자 1991년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하지만 이씨는 1999년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한국인 전범이 심각하고 막대한 희생과 손해를 봤다"며 문제를 해결할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한 것에 힘을 얻어 시민단체와 함께 지금까지 명예회복과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연구회에 참석한 일본 시민단체 '강제연행 일본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이하 전국 네트워크)'의 야노 히데키(失野秀喜) 사무국장은 "아베 정권은 과거 강제연행과 강제노동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도 이학래씨의 싸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 실태를 보여주는 사진과 자료가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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