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가 없는 정부…'시설물 안전이력제'가 답이다

[국토개발 50년의 한(恨)④]

지난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당시의 모습. (자료사진)
우리나라는 지난 50년 동안 앞만 보며 달려왔다. 개발독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하며 국토개발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이처럼 양적 성장에 비해 국가 시설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통합 시스템이 없다.

댐과 교량, 터널, 하천 등 주요 시설물을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이 개별 관리하다 보니 전국에 어떤 시설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 시설물을 통합 관리하는 '시설물 안전이력제' 시행이 중요해졌다.

◈ 지진 등 대형 재난사고 발생…초기 대응 사실상 불가능

예를 들어, 인구 50만 명의 수도권 도시에서 진도 6.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해, 반경 10㎞ 안에 있는 교량과 터널, 도로, 저수지 등 주요 시설물의 30%가 파괴됐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는 즉각 인명 구조와 시설 복구, 피해자 지원 방안 등 사태 수습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국가 시스템 갖고는 도시 반경 10㎞ 안에 어떤 시설물이 있는지 즉각적인 파악이 불가능하다. 일일이 국토교통부와 해당 자치단체, 도로공사, 농어촌공사 등 관리 주체에 확인을 해야 한다.

마치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시설물 현황 파악만 하다 정작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피해를 키울 게 불을 보듯 뻔하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기태 박사는 "현재 우리나라 도로의 경우 외곽순환도로는 지자체가 국도는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는 도로공사가 제각각 관리하고 있다"며 "지진과 같은 큰 재난이 발생한다면 도로와 교량, 터널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현황 파악을 하는데 며칠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기획재정부…재난 관련 예산

정부는 국가 시설물이 전국에 얼마나 있는지 전체 숫자 통계는 그나마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유지, 관리 보수하는데 드는 전체 예산이 연간 얼마인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

그동안 정부는 국제 분류기준에 따라, '공공질서와 안전 분야 예산'을 법원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방재청 등의 기관의 예산을 기준으로 작성해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올해 공공질서 및 안전 예산은 15조8천억원에 이른다.

이렇기 때문에 국가시설물 관리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급기야 기획재정부가 안전과 관련한 모든 사업을 기능별, 성질별로 분류해 새롭게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관계부처, 전문가와 TF를 구성해 안전예산의 포괄범위와 관리체계를 개편하고, 안전정책의 방향과 우선순위에 맞게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방침이다.

◈ '시설물 안전이력제'가 답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가 재난대응 메뉴얼은 있지만 운영 시스템은 없었다는
지적이 많다. 재난 발생시 모든 것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책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는 얘기다.

전국 6만5천여 개에 달하는 국가 시설물에 대해서도 총괄 관리 시스템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각 부처와 자치단체, 공공기관 별로 찢겨져 분리돼 있는 국가 시설물을 통합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소 운영은 지금처럼 각 기관이 맡아 하지만 최소한 시설물 설치 현황과 위치, 제원, 보수 보강, 안전진단, 예상 수명 등은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의 종합통계시스템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시설물 안전이력제'다.

한국시설안전공단 유종모 실장은 "최소한 국가 시설물에 대해선 균열이 몇 개 있고, 최종 정밀진단은 언제 했는지 사소한 자료까지 체크해 관리하는 통합 정보시스템 운영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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