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잘못 쏙 빠진 대통령 담화…면죄부 주기?

19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세월호 참사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발표를 시청하다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도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박 대통령은 19일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해경과 안전행정부를 크게 꾸짖고 해경은 해체, 안행부 역시 해체에 버금가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공직 개혁을 위해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의 조속한 입법, 공무원 채용 방식의 변화, 국가안전처 신설 등 각종 대책도 쏟아냈다.

그러나 국정의 총사렵탑인 청와대에 대한 자성은 전혀 없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는 말이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에서 지금까지 규명되지 않는 부분 중 하나는 참사가 청와대에 언제, 어떻게 보고됐고 청와대는 무엇을 어떻게 지시했느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공개한 해경의 상황보고서를 보면 해경은 지난달 16일 참사 당일 오전 11시25분까지 사망자에 대한 보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안전행정부, 해양수산부로 발송된 상황보고서는 사고 당일 낮 12시 15분 네 번째 보고서에서부터 사망자를 1명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처럼 부실한 상황보고서가 올라간 점을 고려하면 안행부는 물론이고 청와대도 상황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사고 당일 오전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참사 발생 직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배가 완전히 침몰한 상황에서도 사망자가 없다는 보고를 접수한 청와대가 김 실장으로부터 무슨 보고를 받았으며, 박 대통령이 무슨 지시를 했는지가 의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의 담화로 볼 때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김장수 실장의 발언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어 "청와대는 자연재해 같은 것이 났을 때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담화에서 "국민의 안전과 재난을 관리하는 기능이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어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컨트롤타워의 문제도 발생했다"고 말했지만 이 컨트롤타워가 청와대인지 안행부인지 아니면 제3의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류희인 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장은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라는 것은 이미 학계에서는 광범위하게 동의된 사안"이라며 "청와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는 말을 이미 내뱉은 만큼 이를 뒤집기 어려워 청와대에 대한 언급만은 극구 피하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현 의원은 "청와대의 무능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책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없었다"며 "대통령 사과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하는 이유"라고 따졌다.

세월호 참사 와중에서 불거진 청와대의 공영방송 KBS 장악시도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KBS는 세월호 참사의 불공정한 보도 때문에 보도국장이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사직했고, KBS기자협회는 이날 제작거부를 선언했다.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은 이와 관련해 "해경을 너무 비판하지 말라"는 등의 청와대 지시가 길환영 사장을 통해 내려왔다고 폭로했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원내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청와대의 지시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여부를 명확하게 밝혔어야 했다"며 "KBS보도통제 사태에 대해 왜 눈을 감느냐"고 물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국민담화 때 "방송 장악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