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청와대 관계자, 경호원들은 연설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연설 장소인 춘추관에 모여 북새통을 이뤘으나 여느 기자회견이나 대국민담화 때와는 달리 활력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지난 1월 6일 열렸던 신년기자회견이나 취임 1주년 때의 경제혁신3개년 구상 때는 정홍원 총리 이하 각부 장관, 김기춘 비서실장 이하 수석비서관들이 배석했지만 이날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오전 9시에 조금 못미쳐 춘추관 2층 브리핑 룸에 모습을 나타냈다. 회색 계열의 정장을 입은 박 대통령은 단상에서 깊이 머리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담화를 시작했다.
감정에 북받친 듯 담화 시작부터 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고, 세 번째 문장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에는 연단 옆으로 한발짝 나와 다시 한번 깊게 머리를 숙였다.
이후 담화문을 읽어 내려가는 도중에도 목소리는 계속 떨렸고, 애써 솟아오르는 비애감을 참으려는 듯 중간 중간에 말을 끊어야 했다.
그러나 해경 해체와 관피아 문제 해결 방침을 밝히고 국회에 부정청탁금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할 때는 목소리 톤이 높아지는 등 결연한 의지도 느껴졌다.
박 대통령은 전체 24분에 걸친 담화문 가운데 마무리 부분에서 결국 눈물을 흘렸다.
비극적인 참사에도 불구하고 세월호가 낳은 영웅들, 어린동생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탈출시키고 실종된 권혁규 군, 친구를 구하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어 사망한 고 정차웅 군 등의 이름을 힘겹게 불렀다.
그러다가 마지막까지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생을 마감한 고 박지영, 김기웅, 정현선, 양대홍 사무장 등의 이름을 부르다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담화를 마친 박 대통령은 연단에서 내려와 기자들에게 다가가는 듯하다가 멈칫한 뒤 일문일답 없이 방향을 바꿔 브리핑룸을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