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멋대로 '해경 인사'…'우왕좌왕' 위기 대응

감사원 지적도 무시...특혜 인사 의혹까지

개정전(위)과 개정후(아래) 해양경찰청 서장(총경) 보직 인사규정
세월호 침몰 당시 해양경찰의 부실한 위기 대응과 초동 대처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일선 근무 경험이 없는 지휘관도 치안수요가 많은 1급지에 배치하도록 한 해경의 잘못된 인사규정도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지난해 3월 청장 취임 이후 승진과 정기를 포함해 모두 4번의 총경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012년 12월 총경급 정기 인사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해역을 담당하는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치안수요가 많은 1군 지역을 첫 임지로 부여받았다.

인사 규정상 총경 승진 후 2군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야 하지만 "함정 근무 경력이 많고 바다를 잘 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김 서장은 이번 사고에서 '선박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을 현장에 급파한다'는 해경 수색구조의 제1원칙인 매뉴얼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새정치민주연합 김춘진 의원이 공개한 사고 초기 해경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김 서장은 세월호 침몰사고 후 선장과 선원 15명이 해경 123정에 가장 먼저 구조돼 육상으로 인계된 지 4시간여가 지나서야 이준석 선장의 소재 파악을 지시했다.

또 선내진입 명령도 뒤늦게 내려 승객을 구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쳤다.


배성환 부산해양경찰서장 역시 김 서장과 같이 1군 지역에 배치됐다.

현장지휘와 서장 근무 경력이 없거나 부족한 총경들이 1군 지역 서장에 임명된 것이다.

게다가 올해 1월 이 두 서장의 1군 지역 유임은 인사규정을 뜯어고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산서장과 목포서장은 개정 전 인사규정에 따르면 일선 서장 경험이 없어 곧바로 치안수요가 많은 1군 서장으로 발령받을 수 없다.

그러나 해경은 김석균 청장 취임 6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인사규정을 개정해 현장 지휘 경험이 없어도 1군 서장 보직을 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선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은 2선으로 밀려나게 됐다.

더구나 두 서장과 같은 해 총경으로 승진한 3명은 현재 치안수요가 적은 2군 서장 발령도 받지 못하고 청 외에서 근무하고 있어 특혜인사라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일부 의혹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인사권자가 조직발전에 기여했거나 업무성과 등을 우선 고려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인사 배경과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일선 경찰서의 한 직원은 "경비함정을 타보면 알듯이 현장경험이 많은 지휘관이 위기 대응에도 능하고 지휘를 따르는 부하들도 심리적 안정 속에서 임무수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해양경찰은 총경과 경무관 승진을 본청 출신들이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당시에도 김춘진 의원은 "해양경찰 본연의 역할은 바다에서 이뤄지며 이를 승진에서 배제되는 것은 문제"라며 "현장을 무시하는 해양경찰청 인사시스템이 수장인 청장까지 해양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일반경찰 인사로 임명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해경은 또 2010년에는 인사관리업무 처리 과정에서 총경 전입과 직위 부여 등 인사 관계 법령을 위반해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결국, 세월호 침몰사고 때 해경이 보여준 부실한 초동대처는 잘못된 인사 시스템의 표징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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