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추가 경제제재 위협으로 러시아의 대선 관여 시도를 막으려는 데 대해 러시아는 경제의존도가 높은 우크라이나를 밀어붙이며 영향력을 재확인하는 모양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러시아나 그 추종세력이 우크라이나 대선을 방해할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추가 경제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AP와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국무부 관료에 따르면 러시아의 금융, 광산, 에너지, 군수 산업 분야 등이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은 현재 러시아 정부 관료, 기업인 등을 포함한 3차 제재안을 내놨지만 러시아 산업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는 아니라는 점에서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러시아의 각 산업 분야에 대한 추가 제재를 시행한다면 러시아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작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러시아에 대한 경고의 의미라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행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오는 25일 실시될 대선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 친러파 분리주의 세력은 보이콧 입장을 분명히한 가운데 러시아도 대선을 '반쪽짜리 선거'로 규정하고 합법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케리 장관은 "미국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우크라이나 국민이 투표할 수 있도록 놔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러시아는 직접 반응을 보이는 대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EU 회원국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우크라이나가 35억달러(약 3조6천억원)의 가스대금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으면 다음달 1일부터 선불제로 가스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미리 지급한 대금만큼의 가스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정부가 선불제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가스 공급을 끊겠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에너지 수급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직접적인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움직임이다.
러시아의 경제압박 카드는 치밀한 계산 속에서 나왔다는 것이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주의 세력의 영향력이 크림반도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러시아 입장에선 섣불리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개입에 나서는 것보다는 외곽부터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한다는 노림수도 존재한다.
한 러시아 정치전문가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군사적·경제적으로 서방과 가깝게 이어지지 않기를 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