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철도노조 간부 카카오톡 접속 위치까지 추적"

철도노조·인권단체 "정부가 파업 노동자와 가족 인권 침해", 헌법소원 제기

경찰이 지난해 12월 '철도 민영화 저지' 총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검거를 위해 카카오톡 접속 위치까지 추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11일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본부장이 부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로 확인된 사실이다.

철도노조가 13일 공개한 통지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주)카카오로부터 이용석 본부장의 카카오톡 접속 위치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카카오톡 접속 위치가 실시간으로 추적된다는 사실이 이번에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철도노조는 강조했다.

카카오 측은 이에 대해 "실시간 IP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해당 자료 요청을 받았더라도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카카오 측은 "로그기록은 현행법상 3개월간 보관 의무가 있으며 수사기관의 적법한 요구가 있을 때 사업자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철도노조 조합원은 물론 그 가족들의 휴대전화 위치와 인터넷 사이트 접속 위치를 실시간 추적한 사실도 드러났다.

철도노조와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인권단체들은 "가족과 만날 때 조합원을 체포하기 위해 가족을 '사이버 미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건강보험공단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철도노조 집행부 및 가족의 개인정보를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기록에 건보공단이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의 요양급여 내역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 진료 내역 등을 용산경찰서에 제공한 사실이 나타난 것이다.


형사소송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수사 등에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에 개인정보 제공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도 '범죄 수사와 공소 제기 및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휴대전화 등 위치추적 역시 '수사 또는 형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통신사에 요청할 수 있도록 한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규정에 따른 것이다.

경찰이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가족들의 휴대전화 위치 등을 추적하고 공공기관에 있는 개인정보를 입수한 모든 행위에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그러나 인권단체들은 "관련 법 조항들이 위치 추적과 개인정보 열람이 가능한 대상 범죄와 범위, 목적 등을 너무나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경찰 등 수사 당국이 영장도 없이 사실상 무제한으로 그리고 임의로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하고 저인망식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노조와 인권운동사랑방, 천주교인권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은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와 경찰이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관련 법 조항을 근거로 파업 노동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중대하게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재판 과정에서 명백하게 확인된 김명환 위원장 등과 그 가족의 인권 침해에 대해 두 가지 헌법소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그 한 가지는 지난 2일 김 위원장을 비롯한 조합원 15명과 가족 21명이 휴대전화 위치뿐 아니라 인터넷 사이트와 카카오톡 접속 위치도 실시간으로 추적한 데 대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8일 김 위원장과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이 청구한 것으로, 건보공단이 보유한 조합원 개인정보를 경찰이 제공받은 것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철도노조와 인권단체들은 "파업 노동자와 그 가족, 지인들의 모든 개인정보를 경찰이 영장 없이 저인망식으로 싹쓸이하는 수사 방식이 헌법이 허용하는 범위에 속하는지 묻고자 한다"고 헌법소원 제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2012년 2월에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희망버스' 시위를 기획한 혐의로 기소된 송경동 시인 등이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한 것이 개인 기본권 침해, 영장주의 원칙 위배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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