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서방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과정에서 형성된 양측의 대립 구도가 굳어지며 '신(新)냉전'이 고조될 우려를 제기했다.
1988∼1992년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로드릭 브레이스웨이트는 이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기고문에서 최근 우크라이나 상황이 "냉전 종식과 함께 '포스트모던' 세계의 질서를 만들 수 있다는 서방의 환상이 끝났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이 무력과 민주주의의 우월한 가치를 토대로 마음먹은 대로 민주주의 정치를 전파할 수 있다는 환상 역시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재 헝가리 대사 등을 역임한 안드라스 시모니 미국 존스홉킨스대 범대서양관계연구소 이사도 허핑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현재 러시아를 상대로 벌어지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9·11 테러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비국가적 행위자인 테러단체의 공격은 냉전이후 안보 체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는 위협요소였다는 것이다.
반면 국가인 러시아가 국경 불침범과 영토 통일성 보전이라는 국제질서의 기본 요소를 더는 지키지 않는다는 것은 기존 안보체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이 시모니 이사의 설명이다.
이들 전문가는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전략적 실패와 향후 대응책 부재를 지적했다.
브레이스웨이트 전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향력 유지 ▲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계 주민들 권리 보장 ▲ 크림반도 합병 등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하며 반대할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나 조지아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무책임한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모니 이사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럽의 전략적 현실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대서양 양안의 정치 지도자들이 엄청난 변화에 직면했으나 서방은 러시아의 대응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푸틴은 유럽을 분열시키고 미국·유럽 사이도 벌어지게 하려고 움직일 것"이라며 "푸틴은 이처럼 분명한 비전과 전략을 가지고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서방은 비전도 전략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