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독'부터 '끝까지 간다'까지…한국영화의 봄 부른다

3, 4월 외화강세로 기죽었던 한국영화…5월 다양성으로 무장 반격 나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건만 한국 영화에게는 봄 같지 않았다. 3월과 4월 줄줄이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세에 밀려 기를 폈지 못했던 탓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의 월별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3월 박스오피스 5위 안에 든 한국 영화는 김희애 주연의 '우아한 거짓말'(매출액 점유율 10.7%·관객수 140만 2152명)이 유일했다.

1위부터 4위까지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논스톱'(14.6%·180만 9058명), '노아'(14.2%·177만 3166명),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13.2%·158만 9136명·이하 캡틴 아메리카2), '300: 제국의 부활'(14%·158만 8666명) 순으로 채워졌다.
 
10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한국 영화는 각각 6위와 7위에 오른 심은경 주연의 '수상한 그녀'(5.1%·65만 5945명), 이민기 김고은 주연의 '몬스터'(4.3%·52만 3177명) 두 편이 추가될 뿐이다. 이들 한국 영화 세 편의 매출액 점유율 합계는 20.1%에 머물렀다.
 
4월 한국 영화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했다. 10위 안에 든 한국 영화는 3위 정재영 주연의 '방황하는 칼날'(10.8%·98만 5684명)과 4월 마지막 날 개봉해 7위에 오른 현빈 주연의 '역린'(2.7%·29만 4235명)이 전부였다.

반면 1위 캡틴 아메리카2와 2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이하 스파이더맨2)의 매출액 점유율 합계는 49.5%, 관객수 합계는 431만 7821명에 달했다.
 
좀체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던 외화 강세 분위기는 5월초 황금연휴를 겨냥해 지난달 30일 나란히 개봉한 역린과 류승룡 주연의 '표적'이 협공을 가하면서 뒤집어졌다.
 
1일부터 5일까지 박스오피스를 보면 역린(37.9%·184만 7036명), 스파이더맨2(27.7%·129만 3913명), 표적(20.7%·101만 3685명)이 극장가를 삼분했는데, 역린과 표적이 60%에 가까운 매출액 점유율 합계를 기록하면서 한국 영화의 봄을 예고하고 나섰다.

■ '역린' '표적'에서 '인간중독' '끝까지 간다'로 이어지는 바통

역린과 표적이 불씨를 지핀 한국 영화 부활의 바통은 15일 개봉하는 송승헌 주연의 '인간중독'이 이어받는다.
 
이 영화는 '음란서생' '방자전'을 연출한 김대우 감독의 신작으로, 19금 멜로를 표방한 만큼 이안 감독의 '색, 계'에 버금가는 수위 높은 베드신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이목을 끌었다.
 
인간중독은 올봄 선보이는 유일한 정통 멜로 영화로서 베트남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69년 엄격한 위계질서로 유지되던 군 관사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베트남전의 영웅이자 엘리트 군인인 김진평(송승헌),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망으로 헌신하는 아내 이숙진(조여정), 김진평의 부하로 충성을 맹세한 경우진(온주완), 그리고 진평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우진의 아내 종가흔(임지연)이 그 중심에 서 있다.
 
이 영화는 파격 변신을 시도한 송승헌과 '한국의 탕웨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신예 임지연의 만남, 1960년대 말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던 군인들이 살던 최상위 군관사라는 시공간적 설정, 고혹적인 미장센으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월 한국 영화의 봄은 29일 개봉하는 이선균 조진웅 주연의 범죄 액션 '끝까지 간다'로 완성될 전망이다.
 
끝까지 간다는 한 순간의 실수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 형사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선균이 우연히 교통 사고를 낸 뒤 은폐하려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과 마주하게 되는 형사 고건수 역을, 조진웅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건수를 협박해 오는 박창민 역을 맡았다.
 
기발한 설정과 긴박한 분위기를 정교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이 영화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혁신적인 영화들을 발굴하고 소개해 온 '감독 주간' 부문에 공식 초청돼 높은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 '신촌좀비만화' '일대일' '도희야'…한국영화 다양성 괄목

인간중독, 끝까지 간다와 함께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꽃피울 작품으로는 3D 입체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가늠하는 '신촌좀비만화', 김기덕 감독의 스무 번째 작품 '일대일', 배두나 김새론 송새벽 주연의 '도희야'가 꼽힌다.
 
15일 개봉하는 신촌좀비만화는 신촌, 좀비, 만화를 소재로 한 류승완 감독의 '유령', 한지승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너를 봤어', 김태용 감독이 연출한 '피크닉' 세 편으로 구성됐다.
 
이들 감독은 '입체 3D 효과가 관객에게 영화의 정서를 훨씬 풍성하고 깊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관객이 극중 인물의 감정까지 공유할 수 있도록 3D 기술을 활용하는 데 중점을 뒀다.

22일 개봉하는 일대일은 김기덕 감독이 '뫼비우스' 이후 1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극중 의미심장한 여고생의 이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대일은 오민주라는 이름의 여고생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 벌어지는 살인 용의자 일곱 명과 테러단체 그림자의 단원 일곱 명간 대결을 그렸다. 마동석이 테러단체 그림자의 대장 역할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김 감독은 "일대일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대한민국에 대한 영화로, 도입부에서 살해되는 여고생 오민주는 누구인가? 이 영화를 보는 각자의 살해된 오민주가 있을 것"이라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일대일과 같은 날 개봉하는 도희야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해야 했던 한 소녀의 잔혹한 비밀을 다뤘다.
 
김새론이 의붓아버지와 할머니의 학대 속에서 하루 하루를 보내는 열네 살 도희 역을, 배두나가 의붓아버지와 마을 아이들의 폭력으로부터 도희를 보호하는 마을 파출소장 영남 역을, 송새벽이 술만 먹었다 하면 폭력을 일삼는 도희의 의붓아버지 용하 역을 각각 맡았다.
 
도희야는 다수의 단편 영화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정주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제67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이밖에도 국내 보수언론의 권력지향성을 꼬집은 다큐멘터리 '슬기로운 해법'이 15일, 토종 SF 판타지 애니메이션 '고스트 메신저'가 22일, 매일 밤 귀신에게 통정을 당하는 자매의 공포를 그린 '귀접'이 29일 개봉해 한국 영화의 다양성에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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