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경비정이 사고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16일 오전 9시 30분.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분석한 승객 카카오톡에는 오전 10시 17분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이 47분은 해경이 수백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선체 진입 등은 일찌감치 포기한 채 소극적인 구조활동에 그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해양경찰은 평소 위기상황을 가정해 어떤 훈련을 하기에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그동안 지방청 주관으로 해양경찰이 했다는 훈련을 살펴보면 '기가 막힌다'는 한탄이 나올 정도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서남해안 해양사고 대응능력 향상'을 목적으로 한 훈련은 9개 분야 25개 종목으로 상·하반기 나눠 총 4차례에 그쳤다.
훈련 대부분이 평가 위주이며 항해, 안전, 병기, 정비, 전기·전자, 통신, 방제 분야가 대상이다.
구조구급 훈련도 있다. 그러나 인공호흡 및 응급처치 위주다. 250t 경비정이 단정을 이용해 인명 구조훈련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했을지 의문스럽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해경의 한 관계자는 "평소 훈련은 해양경찰청 평가 위주로 진행되고 구조 훈련은 극히 일부분이다"며 "이런 훈련을 하다 보니 해상 사고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매뉴얼이 무엇인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목포해경과 지방청은 중국어선 단속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조난사고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해 중국어선 나포 건수는 일선 경찰서 가운데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사고 당시 현장을 총지휘했어야 할 김문홍 목포해경 서장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현장으로 뱃머리를 돌려야했다.
해경은 배가 침몰한다는 최초 신고자에게 위·경도를 물어본 사실이 드러나 분노를 불러일으킨 데 이어 선원을 먼저 구조해 태웠고 선체 진입을 일찍 포기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전문 구조요원들도 세월호가 뱃머리만을 남기고 침몰했을 때야 도착했다. 목포해경 122구조대가 현장에 도착, 입수를 시작한 시각은 오후 1시로, 신고 접수 시각으로부터 이미 4시간이 지난 뒤였다.
심해 잠수가 가능한 해경 특수구조단 역시 자체 헬기가 없어 부산 다대포 기지에서 김해공항으로 이동한 뒤 목포공항을 거쳐 현장까지 가는 데 시간이 걸려 오후 1시 40분이 돼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해경의 부실하고 무능한 대응은 조직을 총지휘하는 청장이 현장을 잘 모른 탓에 평소 어떤 훈련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벌어진 일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