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박수쳤던 가족들, 朴 대통령님 어디 계십니까?

진도 실내체육관 찾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성호 기자)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은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며 울부짖었고 오열했다. 그리고 박수쳤다.

박근혜 대통령이 침몰 사고 다음날인 지난 17일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을 찾았을 때의 분위기였다.

대통령의 체육관 입장을 취재진들이 방해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물병을 던지고 욕설을 퍼붓다가도 대통령을 박수로 맞이했다.

박 대통령은 "애타는 가족들은 무슨 말을 해도 답답하고 애가 탈 것이다. 희망을 잃지 말고 구조 소식을 기다려 달라"며 위로했다.

자칫 험악할 뻔했던 분위기가 한결 누그러졌다. 박 대통령이야말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점을 가족들도 믿는 듯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상황이더라도 구조작업을 시도할 것"이라고 거듭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에 동조하자 단원고 학부모들은 "경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럴 리가 없다. 지금 여러분과 얘기한 게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다짐했다.

또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을 그만큼 믿는다는 신뢰의 표시였다.

그로부터 꼭 일주일이 지난 24일 진도는 뭔가 터질 것 같더니 급기야 분노가 폭발했다.

'언딘' 바지선에서 구조작업 중인 구조대원들. (사진=윤성호 기자)
24일이 조류가 가장 느린 구조와 수색의 최대 적기인 소조기임에도 수색에 투입한 잠수부는 고작 13명.

해수부와 해경, 해군은 24일 아침 민·관·군 구조대 726명을 투입해 3~4층 선수와 선미의 다인실을 중심으로 집중 수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가족들은 "오늘 잠수하신 분들이 모두 몇 명이나 되냐"고 추궁하자, 이주영 해수부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즉답을 피하며 머뭇거렸고, 세월호 해운회사인 청해진해운과 인양 계약을 맺은 '언딘' 소속 잠수사가 "직접 (시신을)수습할 수 있는 분이 13명이었다"고 실토했다.

최대 규모라던 정부의 말을 믿었던 가족들은 반발하고 성토하고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아흐레째인 24일 오후 전남 진도군 진도항에서 실종자 가족들이 왼쪽부터 이주영 해수부 장관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에게 지지부진한 구조작업에 항의, 면담을 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24일 오후부터 25일 새벽까지 진도항에서 이어진 실종자 가족과 이주영 장관, 김석균 해경청장과의 '끝장 회의'는 가족들의 응축된 울분이 분출된 성토장이었다.

회의 도중 수습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불과 45분 만에 4명이 발견됐다"면서 "가만히 놔두면 (시신을) 안 건져준다"고 하소연했다.

한 유가족은 "오늘까지 다 구한다"며 "그런데 여전히 121명이나 바다속에 있어"라고 말했다.

한 실종자 학생의 어머니는 "애들만 꺼내주면 여기서 108배라도 하겠다"면서 "왜 엄마를 악마로 만들어요. 엄마로 살다가 죽고 싶다" 외쳤다.

메아리 없는 소리일 뿐이었다.

지난 17일 "해경이 말을 안 듣는다"는 학무보들의 지적에 대해 "그럴 리가 없다. 모든 사람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던 대통령은 현장에 없었다.

박 대통령은 박수소리가 하소연과 울분, 분노로 바뀐 현장을 직접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한 학부모는 "여기 있는 해경과 해수부 장관을 비롯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만은 믿었다. 그들은 대통령 앞에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완전히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님, 어디에 계십니까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성호 기자)
지난 17일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혼자 살아남은 권지은(6) 양의 고모는 "애 엄마, 아빠 생사를 모릅니다. 그러니 꼭 구해주십시오"라며 울부짖었다. 지은 양의 엄마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고, "한 살 많은 오빠가 구명조끼를 입혀줬다"는 오빠와 아빠는 여전히 차디찬 물속에 있다.

그때 실종자 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우리 애 좀 살려주세요. 제발 꺼내주세요. 구조해 주십시요. 시체라도 건져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절규의 목소리로 애원하며 호소했다.

지금은 제발 "시신이라도…"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도 (수색이 더딘 상황에 대해) 참으로 답답해 한다"며 "모르긴 해도 대통령의 속도 숯덩이처럼 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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