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년 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설봉호 사고는 화재 발생에도 침착한 초기 대응으로 승선원 전원을 구조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1년 9월 6일 설봉호(4166톤)는 전날 저녁 부산을 떠나 세월호처럼 제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 카페리에는 승객 104명과 승무원 26명 등 130명이 타고 있었고, 화물칸 1~2층에는 비료 사료 등 125t의 화물이, 3층에는 차량 85대가 실려 있었다.
당시 오전 0시 40분쯤 여수시 삼산면 백도 인근 해상을 지날 무렵 설봉호 선미 부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었고, 자정을 지나 조타실 역시 긴장이 풀리기 쉬운 때였다.
하지만 승무원들의 대응은 신속했다. 야간 당직 중이던 2등 항해사가 화재 경보가 울리자 조타수 김모(50) 씨에게 순찰을 지시했다.
김 씨는 선미를 둘러보다 화물칸에 연기가 가득 찬 것을 발견하고 곧장 이등항해사 현씨에게 전파했다.
화재 발생 사실을 통보받은 선장은 해양경찰에 신고한 후 바로 비상 사이렌을 울렸다.
25명의 승무원은 1층부터 3층까지 선실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지급하고, 화재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배의 앞부분으로 승객들을 유도했다.
승객들은 긴급대피로를 이용해 4층 갑판 위로 대피했다. 승무원들은 바다에 구명정을 펼쳤고, 승객들은 사다리를 타고 바다로 내려갔다.
거문도 인근 해상에서 경비활동을 펼치던 317함은 15분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설봉호는 이미 선미 쪽이 화염에 휩싸였고, 깊은 잠에 빠졌던 승객들은 불길을 피해 선박 앞쪽으로 몰렸다.
317함은 먼저 승객들을 안심시킨 뒤 구조작업에 착수했다.
317함은 설봉호 선수 오른쪽에 설치된 사다리로 40여 명을 구조했다. 이후 시커먼 연기를 견디지 못한 60명이 선수 왼쪽에 설치된 밧줄을 타고 탈출했다.
나머지 20명은 구명조끼를 입고 8∼9m 아래 바다로 침착하게 뛰어들었다.
고속단정이 설봉호와 317함을 오가기를 수차례. 긴박했던 구조작업은 사고 발생 2시간20분 만에 끝이 났다.
당시 구조작업에는 317함과 함께 해경 경비정 24척, 해군 경비함 등 30여척이 함께 했다.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던 아찔한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매뉴얼에 따른 침착한 대응은 130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 경비함정 함정이었던 여수해경 임재철 해상안전과장은 "선장이 선내 불길이 안 미쳤던 지역으로 승객들을 긴급히 대피시켰다"며 "승무원들도 사고 대응 메뉴얼에 따라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히는 등 적절한 대응으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