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 렌저 유엔 남수단 특별임무단 부대표는 반군이 정부군과 교전 끝에 북부 유전지대인 벤티우를 재탈환하고 나서 지난 15~16일 이슬람 사원과 가톨릭 교회 등으로 피신한 딘카족 민간인들을 학살했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21일 전했다.
렌저 부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이틀간 벤티우를 방문해 주변 도로와 시장, 종교시설 안팎에 시신이 쌓여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참혹한 광경이었다"고 털어놨다.
살바 키르 남수단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의 반군은 지난 1월 체결한 휴전협정에도 지난 15일 정부군 통제 아래에 있던 벤티우를 다시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반군은 살바 키르 대통령이 속한 최대 부족인 딘카족 주민들을 대량 학살했다고 유엔은 전했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남수단 두 번째 규모인 누에르족 출신이다.
렌저 부대표에 따르면 반군은 벤티우 최대 이슬람 사원 한 곳에서만 딘카족 주민 200명을 살해했고 가톨릭 성당과 세계식량계획(WFP) 구내 등지에서도 살육을 이어갔다.
사망자 중에는 북수단 출신 상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 지역의 한 병원에서는 반군이 자신들을 마중 나오지 않고 숨어 있었다는 이유로 여성과 어린이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군은 지역 라디오 방송국을 장악하고 누에르족 남성들에게 딘카족 여성들을 강간하라고 부추기는가 하면 딘카족은 도시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마차르 반군 지도자는 자신의 부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그는 "현장에 있는 군 지휘관에게 물어보니 그러한 (유엔의)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국민을 존중하며 민간인을 살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렌저 부대표는 남수단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처했다며 벤티우 소재 유엔 캠프에는 2만2천명 이상이 피신한 상황에서 주민이 계속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난민들에게 1인당 하루 1리터의 식수도 돌아가지 못하고 용변시설은 350명당 1개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남수단에서는 지난 1월15일 키르 대통령의 정부군과 마차르를 지지하는 반대파가 수도 주바에서 첫 교전을 벌인 뒤 전국에서 부족 간 유혈 충돌이 빚어졌다.
정부군과 반군의 총격전으로 촉발된 유혈분쟁으로 지금까지 수천명이 사망하고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 가운데 7만5천명은 남수단 곳곳의 유엔기지에 피신했다.
한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16일 국제사회가 즉각 조처를 하지 않으면 남수단에서 1백만 명의 주민이 수개월 내에 기근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