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침몰]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 유정복, 지금 어디에…

지방선거 위해 안행부 장관 차출, 친박 원내대표 만들려 해수부 장관 임명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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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사퇴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난 3월 5일. 인천시장 출마설이 돌던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송영길 인천시장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 전 장관 뿐이라는 논리로 그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장관은 내무부(현 안전행정부) 관료로 공직을 시작해 인천 서구청장, 김포시장, 3선 국회의원, 농림식품부 장관, 박근혜 정부들어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을 역임했다.

유 전 장관은 특히 농림식품부 장관 당시인 2011년 구제역 파동이라는 대형 재난상황을 맞아 선제적인 대응으로 피해 확산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한농연중앙연합회는 그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에게 감사패를 수여했다.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박 대통령의 국정기조에 맞춰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바꾸고 국가 재난의 총괄조정 기능을 안행부로 넘긴 것도 유 전 장관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 재난 상황이 발생하기 한달 반 전 박근혜 정부 '안전'의 총책임자였던 유 전 장관은 지방선거 승리라는 정권차원의 정치공학적 계산에 의해 갑작스레 차출됐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장면 2#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월 6일 인사청문회 당시부터 부적절한 발언과 불성실한 답변으로 사퇴 압력이 거셌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GS칼텍스 기름유출 사고 당시 부적절한 발언이 원인이 됐다.

그런데 그동안 고위공직자 임명에 오랜 시간을 끌었던 박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윤 전 장관 경질 6일만인 12일에 이주영 의원을 전격적으로 후임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법관 출신인 이 장관은 1996년 정계에 입문한 후 한나라당 원내부총무와 제1정책조정위원장, 정책위부의장, 정책위의장, 여의도연구소장 등을 역임한 4선 국회의원이다.

이 장관은 오랜 국회의원 생활로 다양한 분야를 접하긴 했지만 해양수산 분야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가깝다. 그런데 왜 박 대통령은 이 장관을 전격적으로 해수부 장관에 임명했을까?

다양한 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이 장관이 오는 5월에 치러지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이 의원보다는 '확실한' 친박이 원내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친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대선을 앞두고 소위 '월박'했다. 현재 새누리당 차기 원내대표로는 '원조친박' 이완구 의원이 유력한 상황이다.

한마디로 친박색이 옅은 이 장관의 원내대표 당선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그 반대 급부로 해수부 장관 자리를 맡긴 것이라는 얘기다.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왼쪽),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골든타임 1시간, 두 장관은 뭐했나?

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꼽히고 있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하는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장관은 정치적인 이유로 임명된 말그대로 '초짜' 장관이다.

범국가적 인명 재난의 총괄 조정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본부장인 강병규 안행부 장관은 안행부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관료 출신이기는 하지만 '재난' 업무는 맡아본 적이 없다.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하고 재난사고시 구조의 현장책임을 맡은 해양경찰청을 지휘해야하는 해양수산부 장관 역시 이미 언급했듯이 이 분야에서는 문외한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정부의 총체적인 무능.부실 대응의 이유가 정치공학적 계산에따라 임명된 이같은 초짜 장관들의 역량 부족과도 무관치 않다.

정부는 사고 선박 탑승 인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물론 구조자 인원을 100명 이상 잘못 발표하고,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구조 상황 발표에 혼선을 빚는 등 중요한 순간마다 우와좌왕했다.

특히, 중대본 설치에만 1시간여가 소요되는 등 사고 발생 이후 인명구조의 성패를 가르는 '골든타임'을 고스란히 날려버려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것은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하는 사안이고 강 장관과 이 장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그 이전에 국가적 재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 두 장관이 왜 그 자리에 있었는지 역시 짚어봐야 할 문제다. 정치가 안전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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