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들이밀면, 드라이브처럼 깔끔한 전개를 기대하고 온리 갓 포기브스를 보고자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은 당황할 수도 있겠다. 이 영화의 이야기 줄기가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의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필요로 하는 온갖 상징과 은유로 채워져 있는 까닭이다.
환락의 도시 태국 방콕에서 복싱장을 운영하며 마약 밀매를 하는 줄리안(라이언 고슬링)은 형 빌리가 잔인하게 살해당하자 범인을 찾아나선다.
큰아들의 장례식을 위해 방콕으로 온 크리스탈(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은 줄리안에게 형의 복수를 지시하고, 형이 죽은 이유를 추적하던 줄리안은 그 배후에 악마라 불리는 전직 경찰 챙(비데야 판스링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온리 갓 포기브스는 친부살해와 근친상간 욕망으로 축약되는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을 영화로 풀어내는 데 액션 장르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 세계를 원초적인 성(性) 에너지가 지배하는 '이드'와 도덕성의 총체인 '초자아', 우리가 의식할 수 없는 이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일상의 말과 행동을 결정짓는 '자아'로 구분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아들의 경우 어린 시절 어머니를 독차지할 생각에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기게 된다. 아버지가 자신을 거세할 것이라는 공포에 시달리면서 부친살해 욕망을 느낀다는 것이다.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비극적 인물의 이름을 따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명명했는데,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정신적 거세를 당할 때, 즉 친부의 권위를 초자아로 받아들이게 될 때 이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봤다.
온리 갓 포기브스는 시종일관 붉은색이 강조된 미장센, 굉음에 몽환적인 선율이 버무려진 음악의 지배를 받는다. 개연성을 무시한 시퀀스들의 중첩도 이 영화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무의식 영역의 대표격인 꿈의 세계를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활용된 장치들로 읽힌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한 줄리안이 느끼는 세계는 이렇듯 이드의 지배를 받는 꿈처럼 사물이 왜곡되고 응축되고 중첩돼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칼, 수도꼭지, 주먹을 쥔 손 등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프로이트의 해석에 따르면 남자의 성기를 가리킨다. 결국 줄리안의 손이 잘려나가고 수도꼭지에서 핏물이 흐르는 장면 등은 그의 거세공포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 연장선에서 줄리안의 어머니는 이드, 전직 경찰 챙은 초자아를 상징한다고 읽을 수도 있겠다.
줄리안이 형의 살해 경위를 듣는 장면에서 대사를 묵음 처리하는 한편 인물들의 표정을 줌인으로 비춤으로써 관객들이 지난 일들을 자연스레 연상할 수 있도록 돕고, 이미지와 이미지를 이어붙이는 몽타주를 통해 인물들의 성격과 이야기 전개를 짐작케 하는 이 영화의 문법은 몹시 세련됐다. 피 튀는 폭력의 수위가 다소 높다는 점은 미리 염두에 두자.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나는 작가"라고 선언하는 듯하다. 이미 만들어진 인식틀에 기대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손쉬운 길을 가기보다, 창작자로서 스스로 보고 듣고 느낀 세계를 영화라는 매체로 그려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 말이다. 그러한 작가들이 있기에 우리가 영화를 통해 새롭고 독특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시대를 바꾼 프로이트의 명저 '꿈의 해석'에 대한 색다른 영화적 탐구, 온리 갓 포기브스다.
청소년 관람불가, 90분 상영, 2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