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3일 SK와 대구 홈 경기에서 10-9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1회 5점을 뽑았고, 6회까지 7-1, 7회까지 8-4로 앞서 낙승이 예상됐다. 그러나 8회 동점과 역전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임창용이 투입돼 급한 불을 껐고, 타선이 8회말 2점을 뽑아 재역전에 성공했다. 결국 임창용이 9회 1점 차 리드를 지켜내 연패를 끊을 수 있었다.
이날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시즌 초반 어수선했던 삼성이 확실한 구심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삼성 불펜 불안, 커보였던 오승환의 부재
삼성이 3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던 원동력은 무엇보다 최강 불펜이었다. 경기 후반 무너지지 않는 삼성 불펜은 다른 팀에게는 철옹성과 같았다. 그 중심에는 '돌부처' 오승환(32, 한신)이 있었다.
그러나 오승환이 일본 무대로 진출하면서 삼성 불펜진이 헐거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새 마무리로 안지만이 낙점됐지만 필승 롱 릴리프로 활약해왔던 만큼 역할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적잖았다.
삼성은 13일 경기 전까지 3승6패에 허덕였다. 선발진이 무너지기도 했지만 불펜도 흔들렸다. SK와 3연전에 앞서 삼성 계투진은 평균자책점(ERA) 1위(3.13)였다. 외양은 그럴싸했지만 내실은 튼튼하지 못했다.
특히 11, 12일 연이틀 불펜 불안으로 SK에 경기를 내줬다. 11일에는 2-2 동점이던 9회초 안지만이 박진만의 2루타와 조동화의 희생타로 결승점을 내줬고, 12일에는 5회까지 6-6으로 맞섰지만 6회 1점, 7회 2점을 허용하며 7-10으로 졌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키려고 투수를 내보내는데 족족 점수를 내준다"면서 "이러면 이길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13일도 8-4로 앞선 8회 좌완 필승 카드 차우찬이 무사 만루를 자초했고, 안지만이 최정에게 초구에 만루포를 얻어맞았다. 이후 1사 만루 위기가 이어졌다. 자칫 팀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임창용, 여전한 뱀직구로 믿음을 주다
임창용의 호투에 힘을 얻은 삼성은 8회말 재역전에 성공했다. 박석민의 동점 적시타와 역전 득점으로 10-9, 경기를 뒤집었다. 9회 리드를 안고 올라온 임창용은 깔끔하게 경기를 매조지으며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오승환의 바통을 임창용이 확실하게 이어받은 순간이었다.
경기 후 임창용은 의미 있는 소감을 밝혔다.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아직 한국 무대 복귀전을 치르지 못했던 자신의 대한 말이었지만 역설적으로 이전까지 삼성의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확실한 마무리 부재로 불안했던 삼성의 분위기였다.
이제 삼성은 전성기 못지 않은 구위를 뽐낸 임창용의 귀환으로 오승환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게 됐다. 불펜은 물론 타선까지 선수단 전체가 안심하고 경기 후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 하일성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임창용이 오면 안지만까지 예전 보직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임창용의 존재감, 팀 전체 바꾸나
구속보다 예의 꿈틀거리는 구위가 여전했다. 전 타석에서 만루포를 뿜어냈던 SK 최정은 9회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날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이효봉 XTM 해설위원은 "팔이 사이드에서 스리쿼터로 자유자재로 변화해 타자들이 예측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묵직한 임창용의 존재감은 경기의 흐름을 바꿨다. 류 감독은 "다 질 뻔한 경기를 이겼다. 임창용은 역시 임창용"이라며 새 마무리의 화려한 탄생을 반겼다.
중요한 것은 침체됐던 삼성의 팀 분위기도 바꿀 수 있느냐다. 일단 스타트는 좋다. 3연속 우승 동안 삼성은 시작이 좋지 않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치고 올라갔다. 올 시즌에는 임창용의 가세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