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정부 시절 대북 제재에 깊숙이 관여했던 디토머스 전 차관보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북한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운영책임자 조엘 위트) 주최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디토머스 전 차관보는 "과거 대(對)이란 제재의 경험으로 인해 국제사회는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정권에 타격을 입히는 조준제재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으며 북한이 그 좋은 대상이 될 수 있다"며 "북한에게 가장 결정적 제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의론자들은 김정은의 돈을 가진 은행들을 향해 방아쇠를 당길 용기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금까지 조준제재를 하지 않은 것은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가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만일 김정은이 금융을 조달하는 원천을 찾아낼 수 있다면 외국은행에 숨겨놓은 북한의 경화(硬化)들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무기 수출 등을 통해 획득한 달러화 등 경화를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미국 재무부가 지난 2005년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내렸던 북한계좌 동결과 같은 제재조치에 대해서는 "현재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매우 보수적이어서 합법적으로 가능하더라도 미국의 은행들이 (북한 계좌를) 건드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BDA는 신화적인 힘을 가진 매우 독특한 사례"라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자 또는 제3국도 미국법에 따른 제재대상에 포함하는 초강력 금융제재) 조항을 넣은 '대북제재 강화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해 "이란의 경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그 결과가 너무 심각해 매우 위험한 제재"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북한의 수출능력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북한의 거래관계가 많은 중국 은행들에게 제재가 가해진다는 점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디토머스 전 차관보는 "가장 우려스런 상황은 북한의 4차 핵실험보다 테러리스트와 같은 비국가행위자에게 핵무기 또는 핵물질이 넘어가는 것"이라며 "이것은 당장 내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디토머스 전 차관보는 "제재를 통해 북한의 비확산을 막기 위한 방화벽을 설치하는게 중요하다"며 "해외의 잠재적 수요자들을 정밀 추적·감시하고 북한 자체의 시장시스템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