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 장관은 지난 6일 일본에서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분쟁 등과 관련해 중국이 힘에 의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뒤 7일 오전 중국에 도착했다.
그러나 헤이글 장관의 중국 도착 직후 관영매체에서 그의 방중을 알리는 기사는 좀체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국방부와 일부 관영언론이 헤이글 장관의 방중 사실을 뒤늦게 다루긴 했지만 '단신성 기사'에 그쳤다.
헤이글 장관이 7일 오후 랴오닝호를 참관하는 모습은 중국중앙(CC)TV 등 관영매체를 통해서도 일절 공개되지 않았다. 랴오닝호가 중요한 전략무기라는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8일 헤이글 장관의 랴오닝호 참관사실과 함께 '이번 방문이 양국과 양군 관계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는 헤이글 장관의 발언을 짤막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분량은 200자가 채 안 됐다.
경화시보와 신경보 등 유력매체도 헤이글 장관의 방중 소식을 다루기는 했지만 지면 배치나 분량 등을 놓고 볼 때 중요도는 떨어졌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관련 기사에서 헤이글 장관의 항공모함 승선 소식을 주요소식으로 다룬 매체들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중국이 미국에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중국언론의 이런 태도는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의 방중(2월 중순)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의 방중(3월 말) 때와 비교되는 것으로, 헤이글 장관이 중·일 간 영유권 분쟁에서 일본을 편든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들이 나온다.
특히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헤이글 장관이 중국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그의 관련 발언들을 날카로운 어조로 공격하기도 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이날 1면에 배치한 선딩리(沈丁立) 푸단(復旦)대 국제문제연구원 부원장의 '미국 고위관료가 일본을 방문해 또다시 중국을 모함했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미국이 시비를 분별하지 못하고 흑백을 전도하면 오직 동아시아의 긴장만 높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차이나데일리 역시 '헤이글의 둔감한 발언'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그의 발언들은 이 부분에서(중·미간 군사교류 강화) 해야할 일이 여전히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고 헤이글 장관이 이번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중국입장을 더욱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