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아베 야당대표 사퇴로 日집단자위권 구상 꼬이나

신중론 표방 공명당 발언권 커질 듯, 야당 재편 가능성도

일본 집권 자민당과의 정책 공조를 표방한 야당 대표가 불법 정치자금 의혹으로 사임함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집단 자위권 구상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와타나베 요시미(渡邊喜美) 다함께당 대표는 화장품 대기업 DHC 회장으로부터 약 8억엔(약 82억원)을 차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거세지자 7일 대표직을 사임하기로 했다.

그는 야당 대표임에도 그간 아베 총리와의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표방해 왔다.

와타나베 대표는 작년 말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할 때 당론으로 찬성을 결정했다.

이에 에다 겐지(江田憲司) 간사장 등 반대파가 14명이 집단으로 탈당하는 등 파문이 일었지만, 와타나베 대표는 친(親) 아베 기조를 더욱 노골화했다.

그는 연립 여당이지만 아베 정권의 우경화 정책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공명당을 비꼬듯 자민당과 공명당의 의견 차이를 거론하며 "모라토리엄 기간(입장차를 봉인해 두는 기간)이 끝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다함께당이 연립 여당의 자리를 꿰찰 듯한 발언까지 했다.


1차 내각 때 와타나베 대표를 각료로 기용하기도 한 아베 총리는 "책임 야당인 다함께당의 와타나베 대표와 정책 협의를 하고 싶다"고 화답하며 집단자위권에 소극적인 공명당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 아베 기조의 선봉에 섰던 와타나베 대표가 추문에 휩싸여 물러남에 따라 아베 총리가 이런 전략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이런 상황에 대해 8일 "'와타나베 상점'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아베 정권이 "공명당에 대한 카드를 상실했고 집단자위권 전략에 착오"가 생겼다고 표현했다.

공명당의 한 관계자는 "다함께 당은 총리의 독주를 오히려 응원했다. 이제부터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집단자위권에 관해 "책임야당이라는 것이 영향을 줄 일이 아니다. 국민이 어떻게 이해하겠냐"며 신중론을 다시 한번 명확히 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다함께당을 이용해 공명당을 견제하던 아베 정권이 자금 의혹이 터지자 이들과 거리를 두고 공명당과 협의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런 상황 속에서 야당 재편을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다함께당 탈당파가 만든 결속당은 일본유신회와 통합하기로 사실상 합의했고 여기에 다함께당이 합류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민주당은 일본유신회와 결속당이 합당으로 중의원에서 제1 야당의 지위를 뺏기게 된다.

와타나베 대표의 사임으로 자민당이 다함께당을 이용해 공명당을 압박하며 집단 자위권을 추진하는 구도는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공명당의 논의에서 공명당의 목소리가 일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최근 아베 총리와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의 회담에서 연내에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기 때문에 아베 내각은 이에 앞서 집단자위권의 족쇄를 풀려고 안간힘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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