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지키지 못할 무책임한 공약을 내놓은 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 있다. 그런 차원에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기초선거 정당공천에 대해 나몰라라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마지못해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야당이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상태에서 압도적으로 당선시키자는 것이 청와대나 새누리당의 목표가 된다면 이는 정치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선거의 파행은 정치의 실종을 불러오고 앞으로 국정운영에서 상생의 정치는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결국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국정 파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철수 대표가 요구한 7일까지 기초선거와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또 야당대표와의 면담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적절치 않다며 거부했다. 하지만 기초선거 공천문제는 침묵으로 무시한다고 수그러들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약속과 원칙의 정치는 표방해온 박대통령이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의 당사자인 만큼 공약 폐기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게 옳다. 야당 대표와 만나는 형식이 문제라면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게 도리다.
새누리당 역시 야당의 무공천에 기대어 기초선거 압승을 거두려하기보다 공정한 선거 룰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런 정치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국민통합의 정치를 언급할 자격도 없고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이라 할 수도 없다.
새정치연합 역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문제와 관련한 정치협상에 나서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가치는 새로운 정치인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국민들이 바라는 새정치의 요체는 아닐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가치도 중요하지만 야당 지지자들이 혼란에 빠지도록 방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창조적 해법을 찾는 것이 바로 정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