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에서 담합행위를 벌인 8개 건설사에 과징금 1천115억 원을 부과했었다. 이번엔 경인운하다. 경인운하사업 입찰에서 담합에 관여한 13개 건설사에 시정명령이 내려졌고 11개사는 991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그리고 대형 건설사의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은 검찰에 고발된다. 나눠먹기와 들러리 입찰로 부당이득을 챙긴 대가이다.
◈ 3조 원짜리 길을 달려나 봤나 몰라
아라뱃길이 시작되는 곳이 인천 경인항이다. 화물선이 안 보인다. 물동량으로는 당초 계획대비 7~8%, 여객은 35~40% 수준 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인운하 개통 이후 거둬들인 항만운영 수익은 2012년 42억 원, 2013년 61억 원이다. 당초에 수자원공사가 벌어들이겠다고 계획했던 규모는 3,000억 원 정도. 목표 달성이냐 미달이냐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
수공이 경인운하 항만시설료 등을 전액 감면해 줘도 이용자가 없는 것은 물류기능이 없고 불편하고 그래서 영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트럭은 한 번 싣고 한 번 내린다. 운하는 배와 트럭을 6,7번 싣고 내리며 매번 대기해야 한다. 경인운하 18㎞는 배로 3시간 걸린다. 경인운하 옆에 시원하게 뻗은 고속도로로 달리면 10분이면 가는 거리다.
어떻게든 적자를 줄여보려고 아라뱃길로 경인항에 기항한 선박과 화물의 항만비용 일체를 면제해주고, 심지어 그 배가 인천, 평택, 부산 등에 기항하면 거기서의 항만비용도 면제해 주었었다. 안 그러면 누가 인천항에 배를 대지 18㎞를 더 거슬러 올라오겠는가. 이 정도 비용이 저렴해지니 그 맛에 거슬러 올라와 정박하는 배들도 있었다. 그러나 받을 돈 못 받은 평택항, 부산항은 그게 곧 손실이다. 손님을 넘겨 준 인천항도 손실이다. 기름은 기름대로 물에 흘리며 누구 좋으라고 계속하겠는가.
이명박 정부는 연간 3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효과와 2만6,000여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다 허세였음이 드러났다. 국내 해운사로는 유일하게 화물선을 운항하던 한진해운도 적자를 감당 못해 철수해 버렸다.
운하가 시작되는 시천동에 고급 빌리지를 건설하고, 인천터미널 근처에 미니 수변도시를 조성하고 여기 거주하게 되는 주민 5~6만 명은 수상택시로 서울 여의도, 인천 영종도, 청라경제자유구역으로 자유롭게 출퇴근 시킨다고 했다. 이뤄진 건 없다. 그저 경인운하 때문에 지역이 둘로 갈라지니 그걸 이어주는 다리 6개가 생겨났고, 자전거길·보행자 도로가 전부다.
휴양형 주거단지 건설 취소, 수목원 조성 취소, 복합 스포츠레저공원 건설 취소, 바다체험 연계코스 개발 취소… 취소되지 않은 사업들도 용역조사 의뢰 원점에서 검토… 지금으로서는 기대가 어렵다.
물론 물류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성화시키려면 몇 년은 걸린다. 기다리면 성공대박이 펼쳐지는 걸까? 오늘도 아라뱃길의 자산가치는 뚝뚝 떨어지고 있고 유지비는 펑펑 쏟아 부어지고 있다. 항만시설 관리에는 2012년 75억 원을 썼고, 2013년은 135억 원 정도 썼다. 50억, 60억 벌고 70억, 130억 경비로 쓰고 강은 강대로 망가지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사 따내는데 담합해 이득을 남긴 기업을 잡아냈다. 그렇다면 강 파헤치는데 골몰한 집권세력과 무능하고 무책임한 관료들, 곡학아세한 학자들, 지역개발 잘한다고 박수치고 표 찍어 준 유권자들은 누가 적발해 어떻게 책임을 물어야 할 지 고민해 보자.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강을 되돌러 놓는 책임이라도 지우자.
자연의 흐름대로 땅과 기후에 맞추어 진화한 강을 인위적으로 자르고 깎고 덮어씌운 그 대가로 우리가 무엇을 치르게 될 지, 얼마나 치르게 될 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혹독하리라 예상할 수 있다. 4대강 사업과 아라뱃길 사업으로 망가진 강을 이제라도 되돌릴 수는 없을까?
최근 '강의 재자연화'가 이슈가 됐다. 4대강 관련 모임에서 소개된 독일의 '강 재자연화' 사업도 눈길을 끌었다. 독일도 수량을 확보하고 수력발전을 늘리기 위해 강줄기를 직선화했지만 생태계가 변하고 홍수가 나 재자연화 사업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물론 강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모두 들어내며 많은 자원과 시간을 투입해야만 했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이 길을 가야한다는 합의가 이뤄지고 강을 되살려내는 사업이 시작되길 소망한다. 강을 살리는 건 따지고 보면 쉽다. 물이 시작되는 발원지로부터 강 하류까지 그냥 흐르면 된다. 막는 건 치우고 가둔 건 걷어내면 된다. 그래서 강을 자연 그대로 놔두면 살아난다. 창조경제도 별개 아니다. 강을 모습 그대로 보전하면서 수질을 깨끗이 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창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