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검찰수장인 김진태 총장이 "공직자로서의 본분에 어긋나는 언행은 용인되기 어렵다"며 엄중 경고한 상황에서도 수사관들이 집단행동을 강행하면서 파문은 확산될 전망이다.
서울 동부지검 수사관들은 3일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소송과 헌법소원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우선 당장 다가온 기능직 일반직 전환 시험을 막기 위해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헌법소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사관들은 "대한변협, 헌재 출신 변호사 등 다양한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비용과 관련해 소송비용 대표계좌 개설에 합의했으며 "6급 이하 수사관의 뜻을 모은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4일 수사비를 대표계좌에 자율입금하자"는 의견 등이 제시됐지만, 구체적인 비용모금 방법은 향후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게시물은 대검이 검찰 기능직의 일반직 전환 공고를 내자 동부지검 6급이하 수사관 전원이 지난 1일 모인 회의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수사관들은 또 수사관 회의를 다시 개최하면서 사태추이에 대처하자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지금까지 검찰 내부의 직종개편과 관련해 수사관들 사이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지방검찰청 수사관들이 단체행동 의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기능직의 일반직(수사관) 전환 논란은 대검찰청 운영지원과가 지난달 14일 '검찰공무원 직종개편에 대한 정책결정 안내' 공지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기능직 직원이 형법과 형사소송법, 행정법 등 2~3개 과목 시험에서 평균 60점 이상을 얻으면 검찰 일반직 공무원(수사관) 6~9급으로도 임용될 수 있도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공고가 나자 일반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기능직이 간단한 시험만 통과하면 수사일선에서 활동하는 일반직(수사관)으로 채용되는데 대한 반발 움직임이 일었다.
◈김진태 총장 강경태도에 수사관 감정 들끓어
수사관들의 반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인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검찰 문화가 워낙 '상명하복'을 중시하는데다 외부에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감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동부지검 수사관들이 처음으로 지방검찰청 소속 6급 이하 수사관들의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단체행동까지 나서야 되는지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진태 검찰총장이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수사관들에 대한 강경대처 방침을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전언이다.
당시 김 총장은 "공직자로서의 본분에 어긋나거나 법규에 위반되는 언행은 용인되기 어렵다"며 수사관들의 반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정책이 결정된 이상 이제는 구성원 모두 냉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각 청에서는 확실하게 공직기강을 세워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장의 강경한 입장이 검찰 내부망에 공개되자 "억울하다고 우는 막내 아이에게 계속 울면 몽둥이 찜질을 하겠다고 벼르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라는 등 실망한 수사관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결국 검찰총장이 '엄정대처'를 지시한 당일, 서울 동부지검 수사관들이 초유의 집단행동을 결의하면서 김진태 총장의 지도력에 깊은 상처로 남게 됐다.
서울 동부지검이 전면에 나섰지만 논의 여부에 따라서는 다른 지방검찰청 수사관들도 집단행동 대열에 동참할 가능성도 있어 파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