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 후보의 문자 메시지까지 남발해 전송되면서 선관위에는 개인정보 취득 경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직장인 김재근(43) 씨는 최근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스마트폰 알림 소리 탓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부산 시장 후보, 교육감 후보, 시의원 후보는 물론 자신이 살아본 적도 없는 구에 출마한 후보에다 충청도, 전라도 지역의 시의원 출마자까지 지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도 날씨에 따라 "따스한 봄날 같은 지역의 일꾼이 되겠습니다", "비 오는 날, 당신의 우산 같은 존재가 되겠습니다" 등 홍보성 문자가 숱하게 오면서 알림 소리만 들려도 불쾌함이 밀려온다.
김 씨는 "부산지역뿐 아니라 타 지역 출마자까지 선거 지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어, 도대체 내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흘러들어 갔는지 황당할 따름이다. 출마자들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스팸 차단을 하려고 해도 발신번호가 1004, 0000,1234 등 이어서 차단할 수도 없다. 너무 선거 문자 메시지에 시달려 투표하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에는 "어떻게 자신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지 알아달라"는 항의성 전화가 하루 100여 통 넘게 걸려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선관위 측은 민원인에게 안전행정부 개인정보보호과나 한국인터넷 진흥원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를 통해 해결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부산시 선관위 지도과 관계자는 "선관위 측에서는 각 후보 캠프에서 보내는 문자 메시지에 대해 어떻게 수집했는지 알아내거나 제재할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 다른 기관을 연결하고 있지만, 유권자들이 다짜고짜 역정을 내면서 '분풀이식' 항의 전화를 하다 보니 직원들이 모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어떻게 전화번호를 수집할까?
각 후보 캠프에서는 직능단체장이나 협회회장 등 개인 인맥이 넓은 이를 먼저 확보하고 이들이 가진 연락처를 중심으로 홍보 대상 목록을 만든다.
또, 자원봉사자의 동문회, 아파트 주민, 종교 모임 등의 명단을 받아 데이터를 축적해 후보들의 근황과 일정, 지지 호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후보 입장에서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자신의 공약과 생각을 가장 쉽게 1:1로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 어떻게든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려 한다.
각 캠프에는 지난 대선 때 사용했던 개인정보 50만 건을 3천만 원에 팔겠다는 정체불명의 전화까지 걸려오고 있고, A 후보, B 후보는 실제로 거액을 들여 명단을 샀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문제는 공직선거법상 선거 홍보를 위한 휴대전화번호, 집 전화, 이메일 등 개인정보를 습득하는 것에 대한 별도의 규제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스팸 문자 메시지, SNS 글 공해'에 시달리고 있어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