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특사''에 박근혜 아닌 정몽준을 보내는 까닭은?

박근혜 견제용...정씨 일가와 관계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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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측은 5일 취임 전에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일본 등 한반도 주변 4강에 보낼 특사로 각각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정몽준 의원, 이재오 의원,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특사에 내정됐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중국 특사에 내정됨으로써 정 의원이 박 전 대표보다 위상이 높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 특사''보다는 ''미국 특사''의 역할이 더 중요하고 비중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측은 5일 정몽준 의원을 이 당선인의 미국 특사에, 박근혜 전 대표를 중국 특사에, 이 당선인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일본 특사에, 이 당선인의 일등 공신인 이재오 의원을 러시아 특사에 내정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당선인측은 박근혜 전 대표도 중국 특사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당선인의 ''대미 외교'' 강화 발언과 방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국 외교의 ''알파''에서 ''오메가''가 미국 외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미 외교는 한국 외교의 핵심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과 당선된 이후에도 대미 외교를 강화하겠다며 대미 외교를 외교정책의 근간임을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인이 그만큼 비중이 큰 자리인 미국 특사에 대선을 보름여 앞두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정몽준 의원을 지명했다는 것은 이 당선인이 정 의원을 어느 정도 배려하는지를 시사하고도 남는다.


이 당선인은 지난 4일 폴 울포위츠 전 세계은행 총재와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등 미국 재야의 실력자들을 만날 때도 정몽준 의원을 참여시켰다. 물론 정몽준 의원이 미국의 워싱턴에서 공부했고 미국에 지인들이 많은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당선인은 또 자신을 키워주고 오늘이 있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보은 차원에서도 정 의원을 챙겨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선인의 정 전 명예회장과의 인간적 정리가 아들인 정몽준 의원에 대한 관심과 격려로 나타날 수 있다.

이와 함께 정씨 일가와 관계복원의 의미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해석은 정몽준 의원을 띄워 한나라당 내에서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고 이명박 당선인 이후를 노리는 차세대 주자들의 상호 경쟁을 유도하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의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때문인지 한나라당 내 박근혜 전 대표 측근들은 박 전 대표가 중국 특사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이 당선인 측의 중국 특사 제안을 거부해야 한다"면서 "어떻게 미국 특사도 아닌 중국 특사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박 전 대표 측은 한나라당의 공천 시기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중국 특사 제안을 수락한 것도 마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박 전 대표를 정몽준 의원보다 격이 낮은(?) 중국 특사에 파견하느냐는 불만이다.

박 전 대표는 대표 시절인 지난 2005년에 이어 지난해 2월에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북핵 문제를 협의하는 등 북한 핵 문제에 대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며 미국의 정계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에 노력해 왔다.

반면에 정몽준 의원은 지난 2006년 워싱턴을 방문해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질 때도 북핵 문제와 관련한 특별한 외교적 활동을 벌였다고 말한 적이 없다.

정 의원은 지난 2006년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북한 핵 문제에 천착하지 않았다. 당시에 북한과 미국은 방코델타아시아(BDA) 금융제재문제과 북한의 핵실험으로 첨예한 갈등과 대립을 했던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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