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건설 고문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이 경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로비를 맡았고, 한화리조트 감사 김 모씨와 폭력조직 맘보파 두목 오 모씨가 서울남대문경찰서 수사와 피해자 무마를 담당했다.
특히 장희곤 전 남대문 서장 등 경찰 간부들에 대한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청탁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까지 경찰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보복폭행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 3월 12일 낮 12시 최 전 청장은 고교 후배인 장 전 서장에게 청탁 전화를 걸었다.
당시 강대원 남대문서 수사과장은 모 언론사의 확인 전화를 받고 한화 본사와 폭행 현장에 부하 직원들을 데리고 나가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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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전 서장은 최 전 청장과 통화한 지 불과 2분 만에 강대원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철수를 지시했고, 이로써 3월 12일 남대문서의 초동 수사는 중단됐다.
바로 다음 날인 13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의 내사 사실을 파악한 최 전 청장은 홍영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사건을 잘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청탁했다.
또 이틀 뒤인 15일에는 한기민 당시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에게 전화해 "피해자 신고나 고소ㆍ고발이 없는데도 수사를 하고 있다"며 항의까지 했다.
최 전 청장은 광역수사대의 수사가 계속되자 사건을 고교 후배가 서장으로 있는 남대문서로 이첩시키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최 전 청장은 홍영기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김학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한기민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을 집요하게 압박했고 결국 사건은 3월 28일 광수대에서 남대문서로 넘어갔다.
사건이 넘어온 이후 남대문서 수사팀은 피해자들의 인적 사항 등을 파악하고 있었으면서도 4월 24일 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때까지 피해자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화 비서실 직원 등 수사대상자를 먼저 접촉하고 한화 진 모 경호과장을 소환해 ''김승연 회장은 사건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하고 영상녹화까지 하는 등 내사종결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해 한화 전략기획팀장인 김 모씨 등은 검찰 조사에서 "남대문서 경찰관들과 사건 무마를 협의한 상태에서 먼저 진 경호과장을 조사한 다음, 진 과장 진술에 맞춰 피해자들을 조사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경찰은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계속 수사를 진행했던 것처럼 꾸미기 위해 6건의 수사보고서를 일자를 소급해 작성하기까지 했다.
13일 보복폭행 사건 축소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결국 남대문서 수사팀이 한화 측과 긴밀이 협조하면서 김승연 회장이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사실관계를 왜곡하려고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맘보파 두목 오 씨는 강대원 전 수사과장에게 "경찰에서 사직하면 평생 한화에서 부장 대우를 해 주겠으며 또 둘째 아들을 한화에 취직시켜 주겠다"고 제의를 했으며 강 전 과장을 이를 받아들여 "수사를 마친 후 아들 이력서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했다고 검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