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지연보상'' 말로만?

6일 부산역 단전사태 ''지연 승낙'' 이유 거부… 창구마다 실랑이

한국철도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열차 지연 보상금제''가 생색내기에 그쳐 승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KTX 등의 경우 자연재해 외의 사유로 출발 지연시 지연시간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으나 공사 측이 지연 승낙제 및 현금 반환시 저조한 할인율 등을 적용, 교묘하게 잇속을 챙겨 승객들을 우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역에서 발생한 단전 사고(본지 8일자 6면 보도)로 열차 지연 사태를 빚은 지난 6일 많은 KTX 승객들이 ''지연 승낙''을 이유로 지연 보상금을 받지 못해 창구마다 승객과 직원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당시 창구 직원들은 ''단전사고로 앞 열차가 1시간 가량 연착됐고 이번 열차도 지연이 예상된다. 만약 지금 발권하면 지연 사실을 알고 발권했기 때문에 지연승낙으로 간주,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을 승객들에게 알렸다.


이에 인터넷으로 예매를 한 후 시간에 맞춰 도착한 대부분의 승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발권했고, 이 과정에서 창구 곳곳마다 항의하는 고성이 오갔다.

승객 김효승(29) 씨는 "도대체 그런 말도 안되는 규정이 어디 있느냐"며 "예매할 때부터 지연 사실을 안 것도 아니고 출발 직전 지연 사실을 알게 됐고 다른 방법을 강구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데 이게 무슨 지연 승낙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정백(38) 씨도 "열차가 연착되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피해를 당했는데 지연 승낙제 때문에 더 우롱당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창구 직원들은 "위에서 그렇게 지침이 내려와서 어쩔 수 없다"며 외면했다.

그런가하면 지연 사실을 알기 전에 발권을 마친 사람들은 지연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금으로 반환받을 경우 혜택이 낮다는 사실을 알고 또다시 불만이 이어졌다.

KTX의 경우 20분 이상 40분 미만 연착될 경우 1년 이내 다른 열차를 이용할 때 소지한 승차권을 보여주면 승차권 운임의 25%, 40분 이상 1시간 미만은 50%, 1시간 이상은 10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금 반환시 이 비율의 절반만 적용되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경우는 현금 반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일부 승객들은 열차표를 가지고 있어야만 지연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플랫폼을 빠져나오면서 수납을 하는 바람에 지연 보상을 못받게 되자 철도공사의 부실한 안내를 성토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측은 "운송약관 규정에 따른 것"이라며 "부득이한 사유로 열차가 지연될 때 최대한 그 사유를 설명하고 그래도 이용하겠다고 하면 지연 승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영수증과 열차표를 동시에 인정해 줄 경우 악용 가능성이 있어 영수증만으로는 지연 보상을 해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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