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연봉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

대기업 임원의 보수를 공개한 결과 미등기임원이 빠지는가 하면 일부 등기임원들은 법 시행을 앞두고 미등기임원으로 신분을 바꿔 공개를 피하는 등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이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미등기임원을 보수공개 대상에 포함하는 법률 개정이 추진된다.

국회는 지난해 4월 30일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 통과는 경제민주화의 입법 사례로 평가됐지만 미등기임원이 제외되는 등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당시 민주당 등 야당은 공개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려 했으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재계의 반발에 부딪혀 절충을 선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지난해 4월 9일 연봉 5억원 이상 재벌 총수와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보수를 공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같은달 15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선공약이 아닌 것도 포함돼 있는데 무리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전경련도 재계를 대표해 이의를 제기했고, 새누리당은 공개의 범위를 좁히지 않으면 법안 원안의 통과 마저 불투명하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법안 무산을 우려해 일단 여당과 재계의 요구를 부분적으로 수용해 5억원 이상 등기임원으로 공개의 범위를 좁히는데 동의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법 시행을 앞두고 현대제철 정몽구 회장, 오리온 담철곤 회장·이화경 부회장 등은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신분을 바꿔 공개 의무를 피해갔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한 의원은 “지난해 한 대기업 임원이 ‘경제민주화가 대세라 굳이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보수를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사실상 야당을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은 “미등기 임원의 연봉도 공개하도록 할 것이다”며 “그러면 실제로 국민이 궁금한 재벌 총수 일가 주요 인사들의 연봉도 공개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 민병두 의원은 대기업 임원의 보수공개 대상을 보수 5억원 이상의 미등기임원까지 확대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2일 밝혔다.

개정안은 실질적인 이사의 역할을 수행하고 보수가 5억원 이상인 미등기임원을 보수공개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이사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하거나 명예회장 등의 명칭을 사용해 회사 업무를 집행한 자를 모두 이사로 본다는 상법 규정을 인용했다.

이렇게 되면 삼성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정용진 부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등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민 의원은 “법의 빈 틈을 이용해 등기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법 취지를 사실상 무력화할 소지가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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