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대박론'을 선보이고 취임 1주년 대국민담화에서 통일준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드레스덴 연설'을 통해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위한 3대 제안'을 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통일행보가 한고비를 넘고 있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은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인프라구축 ▷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의 '3대 제안'과 이런 제안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 비핵화와 북핵 포기를 촉구하는 내용과 함께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박 대통령이 제시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발전시켜 북한의 안전보장을 논의하는 동북아 다자안보협의체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런 박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등 일부 언론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며 이름붙인 '통일 독트린'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3대 제안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제시돼 있지 않음으로써 당위에만 머문 말의 성찬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통일이 구호와 당위에 그칠 수 있다.
물론 3대 제안을 실천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박 대통령의 독일에서 통일행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답해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을 제안했지만 얼마전 민족화해운동범민족협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비료보내기'에 시큰둥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전략적 고려'가 수반된 대북 제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비핵화', '포기' 등을 촉구했지만 북한에 요구만 할 뿐, 북핵 해결을 위한 능동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큰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독일 방문 직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를 계기로 열린 한중 정상회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 대해 언급이 있었던 만큼, 이번 드레스덴 연설에서 이를 좀 더 구체화 해 공격적인 대북제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대북 3대제안은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북핵이라는 걸림돌에 걸려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국내에서 일고 있는 정부발 '통일' 열기에도 불구하고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새정치민주연합이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한을 대화에 장으로 나오도록 할 청사진이 제시되지 못한 점은 무척 아쉽다. 구체적인 해법이 안보인다"고 낮은 점수를 준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트위터에 "드레스덴 통일구상. 혼자서 그린 그림입니다. 당장의 남북관계를 풀어 나갈 방안을 찾아 볼 수가 없다"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