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라면 올 10월부터 맞춤형 개별급여가 지급돼야 하지만 국회에서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서 지급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10월 정상 지급하려면 시간 빠듯한데…속 타들어가는 정부
정부는 14년 만에 최저생계비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맞춤형 개별급여를 도입해 기초생활보장수급 혜택을 지금보다 40만명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기초연금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복지 공약 중 하나였다.
제도가 바뀌면 최저생계비 명목으로 한꺼번에 지원하던 방식에서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으로 각각 쪼개 심사, 지급하게 된다.
그런데 정부가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제도 개선의 의구심이 높아지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 통과가 늦어지는 형국이다.
청부 입법 형태로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에 무려 10개월 째 계류돼 있다.
'송파구 세 모녀 사건' 을 계기로 기초생활수급제 관련 입법들이 잇따라 제출됐지만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은 오히려 관심에서 비껴가는 형국이다.
야당의 안철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는 당 1호 법안으로 복지사각지대해소법(일명 '세모녀'법)을 내놓는 등 여야가 따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정부의 속은 타들어간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심사 기준과 체계가 복집하기 때문에 최소 3월 안으로는 통과해야 10월 지급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보건복지부 임호근 기초생활보장과장은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을 각각 따로 심사해야하기 때문에 전산시스템 등으로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준비 작업이 소요된다"며 "지금 당장 법이 통과돼도 10월 시행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 "이번 기회에 제대로 바꾸자" vs "지급 무산되면 혼선 불가피"
이처럼 물리적 시한은 촉박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 의견 차이는 여전하다. 야당은 급여기준을 정하는데 있어 정부 재량이 너무 크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최동익 의원실 관계자는 "가뜩이나 최저생계비가 사라지면서 불안감이 많은데 생계급여 기준을 정부의 재량으로 정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 급여를 제멋대로 조정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험적으로 복지 급여는 하방경직성이 있어서 지원하던 것을 안주거나 더 낮추기는 힘들다"며 "그럼에도 우려가 있다면 급여 기준을 법에 명시하는 방식 등은 협의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법 통과의 걸림돌이 되는 또다른 것은 바로 기초연금. 여당은 기초연금과 맞춤형 급여를 함께 묶여 통과시키려하지만 기초연금이 난항을 겪으면서 맞춤형 개별급여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기초연금과 맞춤형 개별급여는 4월에 한꺼번에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기초연금 논의에 진척이 없어서 개별급여만 따로 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법 통과를 서두를 것이 아니라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을 다시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노동팀장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기초생활보장법은 충분한 재원이 확보되지 않아 '개악'이 될 가능성이 많다"며 "촉박하게 법을 통과시킬 것이 아니라 빈곤 사각지대를 광범위하게 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다시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0월 지급이 무산되면 공약 파기라는 비판과 함께 일선에서 혼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 도입에 맞춰 사회복지공무원 1천2백여명의 모집 공고를 내고 임용을 준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10월에 제도 개편이 되지 않으면 추가로 수급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40만명의 수혜가 지연되는 것이다"면서 "게다가 이미 시험까지 본 1200명의 사회복지 담당자들을 계속 대기 시킬수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복지부와는 별도로 국토교통부는 법 개정을 전제해 주거급여를 10월부터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라 부처별로도 혼돈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