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

고용불안 시달리는 대만의 '88만원 세대' 목소리

대만 대학가에서 대만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바람이 불고 있다.

대만 학생운동 단체가 대(對) 중국 서비스 산업 시장 개방에 반대하며 입법원(국회)을 점거한 사건을 계기로 젊은 층의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해석된다.

26일부터 국립 대만대, 정치대, 칭화대 등 수도권 주요 대학을 시작으로 교내 게시판과 광장 등에 사회 현안에 대한 개인 의견을 적은 대자보가 붙기 시작했다.

'안녕들 하십니까' '넌 별일 없지' 등의 뜻이 있는 '니하이하오마'라는 제목의 이들 대자보는 최근 입법원 점거 사태에 대한 의견에서부터 행정원(중앙정부) 청사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제진압 비난,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소통 부재 지적 등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서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을 향해 '정치적인 문제를 잊고 있는데도 문제가 없나요'라는 질문을 던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같은 성격이다.

대자보 운동을 제안한 칭화대 학생 왕위덩(王昱登)은 연합뉴스에 "동료 대학생들에게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자 이 대자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칭화대 등 일부 대학에선 학교 측이 규정을 이유로 대자보를 제거하고 있어 갈등도 빚어지다.

학생들은 학교 측이 대자보를 떼더라도 지속적으로 대자보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만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바람은 대만 대학생들의 '장밋빛'과는 거리가 먼 미래 전망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시작된 입법원 점거 농성의 주축은 1990년 이후 출생한 20대들이다.

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를 찾기 어렵고, '22K'(2만 2천 대만달러·약 77만 5천원)로 표현되는 낮은 평균 초임을 감수해야 한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한국의 20대를 지칭한 '88만 원 세대' 현상이 대만에서도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세대 간 불균형'의 문제로까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탓에 이들은 내 집을 보유하는 꿈은 일찌감치 포기한 세대로도 분류되고 있다.

대만대 국가발전연구소 대학원생인 청여우룽(曾友嶸)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은 젊은이들의 미래 일자리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만 프리랜서 기자인 양첸하오(楊虔豪)는 "정부의 소통 부재가 문제"라면서 "사회 내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하지만, 마잉주 정부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다 보니 정부가 국민에게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내용도 실제 상황과 차이가 나면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사회를 향해 직접 자기 의견을 표출하는 대자보를 선택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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