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당시 일본 오키나와의 해군 기지에 근무하면서 보급과 수송 업무를 맡았다. 거의 모든 전투가 육상과 공중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해군 장교인 그가 직접 전투에 참가할 일은 없었지만,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평생 가슴에 남았다.
고먼은 현역과 예비역 부대, 민간 상선업체와 군 조직을 오가며 해군 장교로 복무하다가 1987년 소장으로 퇴역했다.
임관 65년 후, 투병중인 86세의 노(老) 제독은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음을 후세가 기억하도록 돕는 데 유산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
26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 댄빌시(市) 보훈기념관에서는 러셀 고먼 퇴역 해군 소장이 한국전쟁기념재단(www.kwmf.org·회장 피트 매클로스키)에 유산 일부를 약정 기탁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날 기탁식에는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 미군 참전용사, 댄빌 시의원, 주 샌프란시스코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 등 약 40명이 참석해 고먼 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새하얀 해군복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한 고먼 소장은 거동이 불편한데다가 병을 앓고 있어 연단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동만 주샌프란시스코 대한민국 총영사의 손을 꼭 붙잡고 "한국은 나에게 특별한 나라"라며 "한국전에 참전한 해군 장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먼 제독이 내놓은 13만5천달러는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명소인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 근처 프리시디오 국립공원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세우는 데 쓰일 예정이다.
기념비 건립을 위해 지금까지 모금된 금액은 약정까지 포함해 약 142만 달러다.
한국전쟁기념재단은 올해 5월께 총영사관을 통해 민간 모금액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의 매칭 펀드를 우리나라 국가보훈처에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우리 정부가 매칭 펀드 지급을 승인한다면 현재 기준으로 민간 모금액과 매칭 펀드를 합한 금액은 약 210만 달러가 된다.
다만 계획했던 규모로 기념비를 건립하고 유지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총액 330만 달러)과 격차가 크기 때문에 규모를 다소 줄여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재단과 총영사관은 한국·미국의 기업과 독지가들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 약 50만 달러를 추가로 모으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매칭 펀드 액수도 함께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원래 계획했던 규모에 가깝게 맞추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로버트 티어난 퇴역 해군 소장은 "한국전쟁은 '잊혀진 전쟁'이었으나 기념비 건립 계획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