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뉴욕 사건 이후 닉 퓨리, 블랙 위도우와 함께 쉴드의 멤버로 현대 생활에 적응해 살아가는 캡틴 아메리카. 어느 날 닉 퓨리가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급기야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버키가 적 윈터 솔져로 돌아오는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다.
신진아 기자(이하 신진아):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한 영화는 '어벤져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2011년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인 '퍼스트 어벤져'가 개봉할 때만 해도 성조기를 연상시키는 유니폼을 입고 방패를 든 이 남자는 너무 미국적이었다. 관객도 고작 51만 명을 모았다. 하지만 어벤져스를 거쳐 '토르: 다크월드'에 깜짝 출연했을 때는 반가운 마음마저 들었다.
이진욱 기자(이하 이진욱):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도 한몫했다. 반란의 리더, 커티스가 바로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한 크리스 에반스다. 이번에 보면서 새삼 그의 선 굵은 외모가 부담스럽지 않더라. 소위 말하는 '카메라 마사지' 효과일까.
신진아: 섹시하기야 토니 스타크가 갑이다. 하지만 이번에 보면서 역시 어벤져스의 리더는 캡틴의 몫. 나이도 93살인가? 일단 한국식으로 연장자고, 무엇보다 도덕심과 전우애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리더로 모시는 게 정답이다. 극 초반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할 때는 순간 반항하는 제임스 딘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진욱: 한마디로 블록버스터다운 블록버스터다. 도심과 고속도로에서는 수십 대의 자동차가 전복되고, 하늘을 날던 거대 전함이 추락해 고층 건물과 무지막지한 충돌을 일으킨다. 전성기 시절 이연걸의 무협 영화를 보는 듯 등장인물들의 날쌘 몸놀림이 특히 인상적이더라.
이진욱: 날개가 쑥 나와 비행이 가능한 퇴역군인 팔콘의 무기 등 최첨단 무기들도 여럿 등장한다. 하지만 맨몸 액션에 특별한 공을 들인 모습인데 '매트릭스' 시리즈의 주인공 네오 이후 가장 날랜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정면승부를 선호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캡틴이 적 윈터 솔져를 추격하면서 자기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뚫고 지나가는 장면이나 누명을 쓰게 된 캡틴이 자신을 쫓는 전투기 한 대를 방패 하나 든 맨몸으로 추락시키는 시퀀스가 그걸 말해준다.
신진아: 엘리베이터 격투신도 인상에 남았다. 상황이 유사해서 한국영화 '신세계'가 떠올랐다.
이진욱: 개인적으로 '매트릭스' 시리즈에 빚진 영화가 아닌가 여겨진다.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에서 벌이는 액션이나 대규모 결투가 펼쳐지는 대도시, 수트와 가죽 옷으로 대비되는 캐릭터 의상과 같은 미장센이 매트릭스의 그것을 진화시킨 듯 느껴졌다. 극 중간 모니터에서 녹색 줄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장면이 나올 때는 '매트릭스에 대한 오마주인가' 싶었다.
신진아: 난 매트릭스를 띄엄띄엄 봐서…. 도심 총격신을 보면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이 한국에서 촬영되면 저렇게 되려나, 근데 어딘지 전혀 모르겠더라. '우리나라도 서울 시민만 알아보는 거 아냐' 그런 우려가 살짝 들었다.
이진욱: 마블스튜디오가 영화진흥위원회 등과의 협약에 따라 대사 등으로 한국이 배경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장치를 얼마나 넣느냐가 관건일 듯하다. 한국 촬영 제작비의 30%까지 되받아가니, 관련 기관 측이 얼마나 점검을 잘 해가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신진아: 내용이 다 극비라 영진위 관계자도 잘 모르는 것으로 아는데, 마블에서 한국팬들의 열성 혹은 극성을 감안하지 않을까.
신진아: 블랙 위도우도 멋졌다. ‘아이언맨2’, 어벤져스와 비교해 이번에 그녀의 액션이 많이 나온다. 윈터 솔져는 마블 코믹스에서 비주얼이 매우 뛰어난 캐릭터라던데, 과거 젊은 시절에는 미남이다. 현재는 머리가 산발이라 미모가 죽었다.
이진욱: 캡틴과 블랙 위도우가 적들에게 쫒기면서 연인처럼 위장한다. 아슬아슬한 느낌과 유머가 재미있다.
신진아: 블랙 위도우가 캡틴에게 계속 소개팅을 시켜주려 하잖나. 추측인데, 캡틴이 사귈 여자는 요원13이 아닐까. 그녀가 캡틴의 옛 연인 페기 카터의 손녀더라.
이진욱: '만화책이 넘어가는 듯한 효과 뒤 등장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엠블럼은 이제 어떤 상징성을 지니게 된 듯하다. 이 스튜디오가 만드는 영화에 대한 충성도라고 해야 할까.
신진아: '노아'가 대중들이 기대하는 블록버스터와 다른 모양새인 만큼 캡틴 아메리카2가 이번 주 극장가를 호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키즈카페에서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를 외치며 과격하게 놀고 있는 일곱 살 남아를 보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초딩들 눈높이가 어벤져스에 맞춰져 있으니, 배우 오정세가 썬더맨으로 나온 '히어로'란 가족영화가 잘 될 리가 없지. 우리나라는 어떤 가족영화를 만들어야 하나.
이진욱: 전편은 12세였는데 이번 속편은 15세 관람가다. 12세 관람가로 넣었으나 요즘 한결 깐깐해진 심의 기준에 입각해 격투신의 폭력수위가 높다는 이유로 15세로 조정됐다는 후문이다.
신진아: 후반부 계속되는 액션에 다소 피로함이 들기도 하나, 잘 만들었다. 어벤져스2를 보기 위해서라도 놓칠 수 없는 영화고. 이미 우리는 마블의 세계에 포획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