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세청, 40년 전 규정으로 한국기업에 납세요구

"한국서 출장자도 월급 받으면 세금 내라"

미국 연방 국세청(IRS)이 1970년대 과세 규정을 내세워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세금 추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23일(현지시간) "IRS가 약 40년 전 만들어진 '3천달러'(324만원) 조항을 들어 미국 내 한국 법인에 세금을 내라고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으로 출장 오는 단기 파견자도 미국 체류 시 한국에서 3천달러 이상의 급여가 발생하면 미국에 그만큼의 세금을 내라는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조항은 이중과세 방지에 관한 한미조세협약 19조 2항이다. 이에 따르면 1년에 한국인 근로자의 미국 체재 기간이 183일(6개월)을 초과할 경우와 3천달러 또는 이에 상당하는 원화를 급여로 받을 경우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한미조세협약은 한국이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기 1년 전인 1976년 체결돼 1979년 발효했다.

이 업체 측은 "연 3천달러 소득 발생을 과세 기준으로 적용하는 나라는 한국과 후진국 1곳 뿐"이라며 형평성과 현실성이 결여된 횡포라고 항의했으나, IRS는 "옛날 규정이라도 규정은 규정"라며 '탈루액' 납부는 물론이고 연말 정산 신고서 제출과 함께 미국인 근로자에게 해당하는 실업세 납부도 요구하고 있다.

IRS는 그간 한국에 대해 일본 등 다른 나라처럼 연 6개월 체재를 과세 면제 기준으로 적용해왔으나 2005년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건설을 시발로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하자 과세 지침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미국 세무 당국이 세수 확대를 위해 한국에만 있는 불합리한 규정을 꺼내든 것 아니냐"며 "하루 최소 300만원 이상 버는 재벌 총수에게도 세금을 물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IRS는 이 업체 말고도 다른 여러 한국 기업에도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업체들은 세무 조사는 기업 기밀이란 이유로 확인을 거부했다.

IRS가 문제의 조항을 세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면 한국 제조업체, 특히 설비 수요가 많은 자동차 업체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동차 업체 측은 "자동차 업종은 모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설비 교체 수요와 한국 파견 근로자가 많다"며 "미국 출장 기간이 보통 한 달은 넘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업종 관계자도 "3천달러 조항은 우리에게 그동안 말 못할 리스크였다"며 "기획재정부가 이번에 미국과 납세자 정보교환 협정을 맺으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3천달러 조항 얘기는 왜 꺼내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3천달러 조항이라는 게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일단 사정을 파악해보고 문제가 있다면 시정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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