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가 전화 통화 뿐만 아니라 이메일과 문자전송, 주소찾기, 요금결제 등 우리 생활 전반의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정도로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피해도 적지 않아서다. 대리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휴대전화가 경제적 활동에 직결된 이용자도 상당수다.
◇ 휴대전화 불통으로 일상생활 마비 호소
휴대전화 불통 사태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자신의 피해담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용자들이 공통적인 얘기는 휴대전화 불통으로 생활 전반이 마비됐다는 것.
서울에서 회사생활을 하는 A(38)씨는 업무상 전화가 안된 사례다. A씨는 중요한 업무 처리를 위해 거래처에 전화를 걸었으나 '해당 번호가 없다'는 답만 계속 됐다. 그는 이날 자정께야 일반 전화로 상대와 통화할 수 있었다.
불통 사태 당일 오후에 친구와 약속이 있던 B(33)씨는 서로 연락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했다. 연락하기 위해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등의 수단을 동원했으나 이동통신 서비스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선 무용지물이었다.
B씨는 "전화 한통을 하기 위해 상당 시간을 길바닥에서 허비했다. 어떻게 몇분도 아니고 몇시간동안 서비스가 안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이 외에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대리기사를 못불러 차에서 잠을 잔 사연, 수신자와 연락이 안돼 물건을 전하지 못한 퀵서비스 직원 등의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택시요금의 카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인근 은행 현금인출기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는 사연과 배달음식 결제가 이뤄지지 않아 불편을 겪은 사연도 잇따랐다.
'생계형 투잡 대리기사'라는 한 기사는 연합뉴스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저는 초저녁 퇴근하면서 7시반 부터 일을시작하는데 11시가 넘어 가면서 그저 포기하고 귀가했다"며 "저녁시간 가장 발빠르게 움직일 시간에 하루수입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되니 허무했다"고 전했다.
전국대리기사협회는 21일 공식 트위터에 글을 올려 "SK텔레콤의 통신장애 사태는 대리기사를 두 번 죽인 것. 대리기사의 피눈물을 책임져야 한다"며 보상을 촉구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응급환자를 두고 담당 의사와 통화가 안돼 제때 치료를 못받는 사태도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번 SK텔레콤의 통신장애 사태는 휴대전화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사회가 전화가 불통이 됐을 경우 벌어질 수 있는 사태의 예고편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고 할 수 있다.
◇ SKT 보상기준 어떻게 적용하나
SK텔레콤이 발표한 보상 대책은 피해 고객에는 피해금액의 10배를, 그외 전체 고객에는 월정액의 하루치 요금을 차감하는 내용이다.
이는 기존 관행에 비해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선 것으로 평가되는 보상책이다. 택시 운전자 등 기업 형태로 영업하는 가입자를 위해서는 별도로 보상 기준을 세워 적용키로 했다.
택시 업체의 경우 SK텔레콤이 기업간 거래(B2B) 상품으로 판매한 결제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피해규모 확인이 쉽다. SK텔레콤은 현재 영업사원을 보내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보상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개인이나 집단별로 특수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가령 대리기사나 퀵서비스 업체는 택시업체와 달리 개인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고 이 부분을 한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회사측 입장이다. 통신 서비스로 영업활동을 하지만 이통사 입장에서는 결국은 일반 가입자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결국은 일부 피해는 법정 공방 등을 통해 가려질 공산이 크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간접 피해는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으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을 수 있다"면서 "원칙대로 하자면 간접 피해자는 자신의 손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피해 보상액을 책정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