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 높아지는 러시아 제재, '약발' 나타날까

유럽의 에너지 러시아 의존도 낮춰야 효과" 지적도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을 직접 겨냥한 추가 제재로 러시아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빨 빠진 제재'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던 1차 제재에 비해 20일(현지시간) 발표된 추가 제재는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여기에 유럽연합(EU)도 12명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아직 명단은 나오지 않았지만 푸틴 대통령의 측근도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서방의 추가 제재가 실효적 성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이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에너지 파워'를 약화시키지 않는 한 제재의 약발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추가제재 명단에는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사업가 3인방으로 불리는 겐나디 팀첸코 볼가 그룹 회장과 로텐베르그 형제, 유리 코발축 방크 로시야 회장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팀첸코 회장은 세계 4대 석유거래 업체인 스위스의 '군보르'를 비롯한 에너지·운송 회사를 소유한 재벌로 재산이 150억 달러(한화 16조원)에 이른다.

미 재무부는 추가제재 명단을 발표하면서 "에너지 분야에서 팀첸코 회장의 활동은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돼 왔다. 푸틴 대통령은 군보르에 투자했으며 아마 군보르 자금에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팀첸코 회장은 제재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명단이 발표되기 하루 전에 43%에 달하는 군보르 지분을 팔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오랜 유도 파트너인 아르카디 로텐베르그는 가스관 전문 건설회사 스트로이가스몬타슈를 소유한 대부호이며 동생 보리스 로텐베르그 역시 상당한 부를 축적한 사업가다.

이들 형제의 재산 축적을 두고 푸틴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입찰 없이 정부 계약을 따냈다는 특혜 시비가 있어왔다.


제재명단에 포함된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장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철도공사(RZD) 사장도 푸틴 대통령의 친구로 유명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위한 주요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제재 대상에서 푸틴 대통령의 '돈줄'로 알려진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회장과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회장 등은 빠졌다.

브뤼셀에서 20일부터 이틀간 정상회의를 열고 있는 EU도 21일 자산동결 및 여행금지 제재 대상에 추가한 12명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당초 EU 정상회의에서는 회원국들의 입장이 엇갈리는데다 EU에 부메랑처럼 돌아올 경제적 악영향에 대한 우려로 고강도 제재에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터라 추가제재 대상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추가 제재가 EU의 추가 제재와 맞물려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으나 러시아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관측했다.

러시아는 '눈에는 눈' 방식의 대응에 나섰다. 캐럴라인 앳킨슨 대통령 국가안보 부보좌관, 대니엘 파이퍼 대통령 보좌관 정부 인사와 존 매케인 상원의원,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의회 인사에 대해 비자 발급 중단 등의 제재를 가한 상태다.

제재 대상이 된 미국과 러시아의 인사들은 경쟁적으로 제재 실효성을 깎아내리고 있다. 팀첸코 회장은 "국가에 대한 헌신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응수했고, 야쿠닌 RZD 사장은 "내 친구들 여럿이 1차 제재에 포함되고 나는 빠졌을 때 마음이 불편했다"고 조롱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이제야 안심이다. 푸틴 대통령에게 제재당해 자랑스럽다"면서 "시베리아에서 보내려던 내 봄휴가 계획은 취소, 가스프롬 주식은 손실, 러시아의 비밀계좌는 동결된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미국과 EU가 제재의 강도를 다시 높이긴 했지만 더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러시아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에너지 시장'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국의 일간 더 타임스는 21일 러시아를 무장해제시키기 위해서는 유럽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액화천연가스 수출 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는 가스의 3분의 1이 러시아에서 수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이날 러시아의 가스가 여전히 강력한 무기로 작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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