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미국과 러시아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제한 수준을 두고 큰 견해차를 보이기 때문에 이란이 이번에 미국과 러시아의 긴장관계를 핵 협상 과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미국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숫자를 현재 2만개에서 몇천대 수준까지 줄이기를 바라는 반면, 러시아는 이란이 유엔의 광범위한 핵 감시활동에 동의한다면 원심분리기 숫자를 유지해도 무방하다는 견해를 보인다.
이란 핵 협상에 참여하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중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지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반대한다.
오는 18∼19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포괄적 최종 합의를 위해 열리는 이란 핵 협상을 앞두고 미국과 러시아 정부는 이란의 핵확산 위협을 없애는 것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양국의 갈등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젠 사키 대변인은 전면적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장기적인 핵 억제에 동의하도록 이란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협조해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러시아 고위 외교관계자도 러시아는 핵 협상 타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게리 세이모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초강대국 간의 긴장관계는 이란 정부로 하여금 양보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훨씬 적게 느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정부가 압박감을 덜 느낀다면 미국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하는데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인 셈이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이란의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핵 협상을 앞두고 17일 빈에서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와 만찬 회동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갑자기 취소한 것도 이란이 대담해진 사례라고 꼽았다.
자리프 장관의 만찬 취소는 애슈턴 대표가 이달 초 이란을 방문했을 때 야권 운동가들과 만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고 이란 파르스 통신은 보도했다.
지난주 자리프 장관은 이란과 러시아는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으며 이란 정부는 최종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러시아의 도움을 의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핵확산억제·군축 연구팀장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에 따라 러시아가 이란 핵 문제에서 미국과 협력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