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항공 아흐마드 자우하리 야햐 최고경영자(CEO)는 17일 기자회견에서 실종 여객기의 최후 교신내용에 대한 초기 조사 결과 교신자는 파리크 압둘 하미드(27) 부기장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종 여객기의 최후 교신은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을 끈 뒤 이루어진 것으로 항공기가 조종사에 의해 납치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정황으로 해석되면서 최후 교신자가 누구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는 경찰은 기장과 부기장의 집을 수색하고 승무원과 승객, 실종 여객기의 운항을 지원한 엔지니어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으나 아직 아무 단서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말레이시아 정부는 실종 후 7시간 이상 비행한 것으로 보이는 여객기의 항로가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 가운데 남부항로인 인도양을 먼저 수색하기로 했다.
호주 정부는 이날 실종 여객기가 비행했을 가능성이 큰 두 항로 중 하나로 꼽히는 남부항로상의 인도양 해역 수색을 호주 주도로 수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또 인도양 수색을 위해 함정과 선박을 파견하기로 했으며 수색 참여 국가가 14개국에서 26개국으로 늘었다고 밝혔으나 태국 북부와 카자흐스탄 남부를 잇는 북부항로 수색 방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최후 교신자는 부기장…경찰 수사 답보 = 실종 여객기가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을 끈 뒤 관제탑과 마지막으로 교신한 사람이 부기장으로 드러나면서 사건에 조종사가 개입했을 가능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야햐 말레이시아항공 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초기 조사 결과는 마지막 교신자가 부기장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히샤무딘 장관은 이에 앞서 전날 기자회견에서 실종기 조종석으로부터 ACARS의 일부가 꺼지고 나서 쿠알라룸푸르 관제탑에 '다 괜찮다, 좋은 밤'(All right, good night)이라는 최후 무선이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ACARS를 고의로 끈 뒤 지상관제소와 이루어진 마지막 교신 주인공이 부기장으로 확인되면 항공기 실종 과정에 조종사가 관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납치 가능성이 제기된 후 자하리 아흐마드 샤(53) 기장과 하미드 조종사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여객기의 운항을 지원한 엔지니어 등 지상 요원까지 조사하고 있지만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자하리 기장의 동료들은 그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조종사로 승객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을 할 리 없다고 증언하고 있으며 하미드 부기장도 에어아시아 조종사와 결혼할 예정이어서 범행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야당 지지자인 자하리 기장에 대해 정치적 동기에 따른 범행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지금까지는 이 사건에 정치적 동기가 개입됐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살만 쿠르시드 인도 외무장관은 미국 일각에서 실종 여객기가 인도 도시를 9·11테러 방식으로 공격하기 위해 납치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 지나친 억측이라며 일축했다.
◇ 인도양 남부 수색 착수…호주가 주도 = 실종 여객기 수색범위가 카자흐스탄 남쪽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내륙과 인도양 남부 해상까지 대폭 확대된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호주가 인도양 수색에 나서기로 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이날 의회 질의응답에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와 통화에서 인도양 수색을 호주가 책임지고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를 수락해 인도양 해역 수색을 호주가 주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여객기가 실종 후 7시간 동안 비행하며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태국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잇는 남부항로 중 한 곳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는 수색범위를 좁히기 위해 남·북항로 주변 20여개국에 인공위성 정보와 민간·군 레이더 데이터 등 실종기 추적 단서가 될 정보 제공을 요청했다.
히샤무딘 장관은 22개국 대표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과 협조를 요청했다며 인공위성 데이터, 군과 민간의 레이더 자료 등과 함께 항공기, 선박 등 수색자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남·북항로에 똑같이 가능성을 두고 있다며 수색 자원을 양쪽에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종 여객기가 남부항로를 따라갔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이 경우 잔해 발견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도양 남부 해역은 선박 운항이 드물고 일부 호주 관할 영역 외에는 레이더망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수심도 3천m 이상으로 깊어 이곳에 추락했다면 기체 발견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