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당초 인력개발실을 대표적인 경력세탁용 보직부서로 활용했지만 이 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총무국과 기획조정국 등으로 관련 부서를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규정상 4급 이상 금감원 고위 직원은 퇴직 5년 전부터 담당한 업무와 관련 있는 곳에는 퇴직 뒤 2년 동안 취업을 할 수 없다.
전관예우를 막자는 취지로 이 같은 규정을 만든 것인데 예를 들어 퇴직하기 전 5년 동안 은행감독이나 검사 업무를 맡았다면 퇴직 뒤 2년 동안은 시중은행에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일부 금감원 출신 간부들은 퇴직 전 금융사 업무와 관련성이 적은 부서에서 일정기간 일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제한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2009년 이후 5년 동안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직무연관성 심사를 받아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으로 취업한 국장급 이상 퇴직자는 20명이다.
그런데 이들 중 무려 11명이 인력개발실을 거쳤다.
지난 2009년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문제가 돼 논란이 되자 금감원은 부서장의 경우 정년(58세)보다 4년 빠른 54세에 일괄 보직해임한 후 인력개발실 교수요원으로 배치해온 보직해임제도를 폐지했다.
그러나 금감원의 이 같은 조치 이후에도 퇴직자 7명은 인력개발실이 대신 총무국과 거시감독국, 기획조정국 등 금융사 업무와 관련이 없는 부서에 머물다가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의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금감원에는 국장직을 5년 이상한 간부들이 미보임직원(연구위원)으로 남아있는데 이 연구위원 14명 중 4명은 총무국 소속이고 나머지 연구위원들도 거시감독국, 금융교육국, 국제협력국 등에 배치돼 있다.
자본시장조사1국에 속해 있는 A 연구위원 등을 제외하면 이들 모두 퇴직한 직후에 금융권에 취업하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감사실 국장을 역임한 뒤 대구은행 감사로 가려다가 악화된 여론으로 감사 자리를 고사한 이석우 국장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이 국장이 최근 5년 동안 담당했던 업무와 은행은 무관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바 있다.
이런 이유로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이 여전히 '보직세탁'을 거쳐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낙하산 제한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전임 간부들의 자신들의 경험을 현장에서 활용토록 한다는 취지로 연구위원으로 각 부서에 배치했을 뿐 보직세탁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금감원 퇴직예정자들의 석연치 않는 총무국행은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