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관계자들은 관련자들이 위조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다, 간첩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국가보안법 상 날조'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지적한다.
국가보안법 12조(무고·날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해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한 자는 그 각조에 정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고'는 형사처벌을 받게 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고소·고발을 하고 이로 인해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발동할 경우 성립한다. 따라서 당시 간첩사건의 피고인으로 수사를 받은 상태였던 유씨 사건의 경우 무고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날조' 부분은 정확히 들어맞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보법상 날조 혐의는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면서, '날조' 부분은 '말이나 문서, 증거물 따위를 꾸미는 것인데 사건의 성격을 살펴보면 당연히 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보법 사건에서 일어난 위조 의혹, 즉 국보법상 날조 혐의가 딱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국보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목적성)'이 입증돼야 하는데, 이 역시 무리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 부장판사는 "사건을 잘 알 수 밖에 없는 해당 수사기관에서 낸 증거가 위조된 것이라면 이는 당연히 '특정 목적'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물론 관련자들의 말이나 정황만으로 이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겠지만 무리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이 '국정원 협력자' 김모 씨에 대해 '사문서 위조 및 위조 사문서행사' 혐의를, 이인철 영사에 대해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고 있는 것은 '위조의 고의성'을 어느 정도 인정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조된 사문서를 진짜인 것처럼 이용하거나(위조사문서 행사) 가짜 문서임을 알고도 허위 공문서를 만든 것(허위공문서 작성)이어서, '위조된 문서란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전제가 돼야 성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