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영업 제한에 중소 보험사 울고 대형 보험사 느긋

정부가 금융 분야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SMS) 등 비대면 영업에 대한 강력한 통제를 예고한데 대해 보험사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화영업(텔레마케팅·TM) 활용 비중이 미미한 대형업체들은 느긋한 반응이지만 TM 활용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형업체들은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앞으로 무차별적인 문자메시지 전송을 통한 영업행위를 할 수 없고, 전화 등을 통해 상품을 권유할 때도 상품 설명에 앞서 연락 목적, 개인정보 습득 경로 등을 안내해야 하는 등 엄격히 제한된 범위에서만 허용된다.


이와 관련해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진 뒤 이미 전화가 연결된 고객에게 개인정보 습득 경로를 설명하는 데만 10분 이상을 소요하고 있다"며 "TM은 일정한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고객과 통화를 하고 계약을 성사시키느냐하는 싸움인데 이번 규제로 TM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전했다.

고객이 수신 거부 의사를 밝히면 영업 목적 연락을 차단하는(DO not call) 시스템도 TM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과 보험, 여신전문, 증권 등 금융업권별 협회가 공동으로 'DO not call' 홈페이지를 구축하면 고객은 본인인증을 거쳐 한 번에 ‘전체 금융회사 또는 선택한 금융회사’의 영업목적 연락을 차단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텔레마케터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품 등을 판매하는 아웃바운드 영업대상 고객 자체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돼 TM의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대형사 "TM 비중 미미해 신경 안써"…소형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보고 고민"

문제는 상당수의 보험사들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TM영업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이번 규제 발표가 이미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던 TM을 원천봉쇄한다는 점에서 TM비중이 상당한 일부 회사들은 다른 판로를 개척하거나 강화해야 한다는 숙제가 떨어졌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을 기준으로 아르고(ARGO)다음과 악사(AXA)다이렉트, 더케이손해보험 온라인보험사들은 원수보험료(원수보험계약에 의해 들어온 보험료)의 100%를 TM을 통해 모집했다.

롯데손보와 흥국화재, 동부화재도 각각 23%, 21%, 11%의 원수보험료를 TM으로 모집했고, 라이나생명과 신한생명 역시 원수보험료의 각각 83%와 11%를 TM으로 모집했다.

반면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LIG손보, 메리츠화재 등 대형 손보사의 TM 비중은 10%가 되지 않고,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대형 생보사의 TM 비중은 5%에도 못 미친다.

이와 관련해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내용이 복잡한 상품을 판매하기에는 TM이 적합하지 않고 판매수당도 적어 설계사들이 판매에 소극적이기 때문에 대형사들은 TM을 거의 하지 않는다"며 "주력이 아니기 때문에 TM제한에 대해 대형사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지만 TM비중이 적지 않은 중소형사들은 매출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중소형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TM과 관련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았고, 당장 회사의 존립을 흔들 만큼 심각하다고는 보지 않고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의 향후 실행안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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