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대했던' 메시지는 없었다

"성의 있는 일본 대응 없인 어떠한 형태의 정상회담도 없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신사참배 이후 처음으로 한·일 외교차관이 만났지만, 경색 국면을 타개할 만한 진전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12일 "조태용 외교부 1차관과 사이키 아키타카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만나 한·일 관계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 차관은 "한국 정부가 한·일 관계를 중시하지만,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이 올바른 역사인식 하에 역사수정주의적 언행을 자제하고 위안부 문제 등 미결 과거사 현안 해결을 위해 성의있게 대응해 한·일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사이키 차관은 "한·일 양국은 기본 가치와 이익 공유하고 일본 정부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며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과 관련해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측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과거사와 관련해 고노담화 등 과거 내각의 입장을 '계승'하겠다면서 동시에 '검증'하겠다는 그간 이중적 행태를 이어가겠다는 뜻이나 다름 없다.

이번 달 말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두고, 일본 측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를 들고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사실상 '입장 재확인' 수준에 머무른 것이다.

그러면서 사이키 차관은 안보 협력의 이유를 들어 한일 정상회담은 물론 한·미·일 정상회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한·일 고위급이 만났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다"면서도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어떠한 형태의 정상회담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자 무대인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약식이라도 한·일 정상이 만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 문제를 떼놓고 한·미·일 안보 협력만 가지고 3자 회동을 가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로서는 과거사 문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3시간에 달하는 이례적인 협의 시간 동안 한·일 양측은 반론과 재반론을 주고받는 등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본 언론이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미·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하고 있다"는 기사를 낸 것과 관련해 사이키 차관은 유감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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