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나온 이 집은 지난 1월 감정가의 약 70%인 3억6천779만원에 임차인에게 낙찰됐다. 2012년 보증금 2억원에 전세로 들어온 임차인은 해당 아파트가 선순위 은행 채권액 3억3천만원가량을 안고 있어, 이 금액보다 낮게 낙찰되면 보증금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직접 낙찰을 받았다. 세입자는 이 집의 전셋값이 최근 2억8천만원까지 오르자 대출을 받아 다른 전셋집을 찾느니 차라리 경매를 통해 집을 구입한 뒤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계속되는 수도권 전세난 속에 이처럼 경매에 넘어간 아파트를 직접 낙찰받는 세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지옥션은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부터 지난 2월까지 경매 시장에 나온 수도권 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낙찰된 아파트 가운데 임차인이 직접 낙찰받은 물건수의 비율이 5%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낙찰된 수도권 아파트는 1천831가구고, 이 가운데 임차인이 낙찰받은 아파트는 92가구다.
2008년 1.1%(전체 5천49건 중 58건)에 불과했던 수도권 아파트의 임차인 낙찰률은 2010년 2.3%(8천246건 중 190건), 지난해 4.9%(1만2천426건 중 609건)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수도권 아파트의 전셋값이 크게 올라 원래 전세보증금을 가지고 다른 집 전세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임차인들이 비교적 저렴한 값에 아예 집을 장만할 목적으로 경매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가 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선순위 대출이 과도한 경우 후순위 권리를 갖게 되는 임차인이 보증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낙찰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임차인이 경매에 부쳐진 물건을 낙찰받게 되면 임차인이 배당받을 보증금과 낙찰 잔금을 상계처리할 수 있어 잔급 납부 때 부족한 금액만 내면 되고, 통상 경매에서는 부동산 내부를 볼 수 없다는 한계가 있으나 실제 살고 있는 임차인은 해당 부동산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전셋값이 크게 오르다 보니 임차인이 낙찰받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경매로 낙찰받으면 다른 응찰자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을 수 있어 향후 이런 추세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