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을 한다", "갑자기 정차해 교통사고가 났다", "다른 남자를 만났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다",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등 그 이유와 대상도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향에 대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이들이 점차 늘고 사회가 주는 스트레스가 크게 증가한 점을 꼽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택시기사 한모(56) 씨는 충남 보령시의 한적한 국도를 운전 중이었다.
오후 8시를 넘어가며 날이 어두워졌고 손님을 찾기 위해 켰던 상향등이 한 씨의 인생을 한순간에 바꿔버렸다.
한 씨가 켠 상향등에 앞서 가던 또 다른 택시기사 최모(67) 씨는 차를 세웠고 손님을 찾기 위해 전방주시를 하지 못했던 한 씨는 최 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갑자기 차를 세운 것에 격분한 한 씨와 상향등을 켠 것에 항의하는 최 씨와의 말다툼이 시작됐고 화를 참지 못한 한 씨는 돌덩이로 최 씨의 머리를 수차례 내리치기에 이르렀다.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한 씨는 "앞차가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사고가 났다고 생각해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다"고 진술했다.
지난 2일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정모(61) 씨가 흉기를 휘두른 이유도 사소한 말다툼 때문이었다.
지난 2012년 양복점에서 60만 원을 주고 양복을 맞춘 정 씨는 양복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자 2년이 다 되도록 옷을 찾아가지 않고 돈도 지불하지 않았다.
양복점 주인은 장모(58) 씨는 "양복을 찾아가라"며 항의했고 화를 참지 못한 정 씨는 흉기를 들고 장 씨를 찾아가 말다툼을 벌인 끝에 흉기를 휘두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정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지난 6일에는 평소 좋지 않은 사이로 말다툼을 벌이던 20대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 2월에는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이유로 애인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또 같은 2월에도 술자리에서 "욕을 했다"는 이유로 이웃주민을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는 등 최근 들어 아무런 동기도 계획도 없이 흉기와 둔기를 휘두르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우발적 범죄나 다툼이 날이 갈수록 개인적인 성향이 강해지고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져 늘어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가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개인만을 생각하는 경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는 "사회 전체로 볼 때 경제적으로 굉장히 발전했지만, 오히려 정서적인 부분은 덜 성숙이 되거나 공감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부족한 것 같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즉 네트워크가 약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감정 자체를 감당하는 게 어렵고 미숙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속도와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자란 사람들은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은 물론 범죄를 저지르면 중한 처벌을 받고 가족과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하고 분노를 폭발시킨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관계 형성의 문제를 생각해야 하고 서로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노력이 근본적인 예방"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