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박 대통령의 인사는 답답함 그 자체였다. 초기 인사실패 때문에 돌다리도 두드려 걷는 자세로 꼼꼼한 검증을 하다보니 인사타이밍을 놓치기 일쑤였다. 김행 대변인이 사퇴한 이후 후임 민경욱 대변인을 임명하기까지 한 달 걸렸고, 이정현 정무수석이 홍보수석으로 옮기기까지는 두 달이나 걸렸다.
하지만 유정복 전 장관이 사표를 낸 지 이틀만에 신임 안행부 장관이 발표됐다. 빨라진 인사는 이 뿐만이 아니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경질 6일만에 이주영 의원이 후임 장관으로 내정됐다. 3월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후임에 이주열 전 부총재가 임명된 것도 박 대통령의 인사속도가 빨라졌음을 뒷받침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앞으로 신속하게 인사를 하는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장관의 경우 공백이 길어지면 해당 부처의 업무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인사보다는 서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는 24일로 임무가 끝나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것도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바뀌었다고 자신있게 얘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방통위원장은 장관급이어서 국회의 인사청문회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최소 2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경재 위원장이 유임된다고 해도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해서 지난 4일까지는 신임이든 연임이든 방통위원장을 내정해야 했지만 청와대는 감감무소식이다. 이에 따라 최소 며칠간의 업무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수부나 안행부의 장관 공백사태는 예기치 못한 일이어서 어쩔 수없는 부분이 있지만 끝과 시작이 정해져 있는 임기제 방통위원장의 임기를 맞춰주지 못하는 것은 '타이밍'을 맞추는 데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박 대통령이 이경재 위원장을 재신임하고 여야가 합의해 인사청문절차를 최소화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가능성히 희박해 보인다.
대표적인 친박 인사였던 유정복 안행부 장관 후임으로 관료 출신인 강병규 전 차관이 옴으로써 박 대통령의 '관료 선호 현상'이 다시 입증됐다. 선거 주무장관에 무색무취한 관료 출신을 임명함으로써 지방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관료들에 의해 둘러싸인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점도 동시에 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