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온기가 감돌던 부동산 매매시장이 1주일 간격으로 이어진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과 후속 보완책 발표 이후 냉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교통부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폐지하는 등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올해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기대감이 높아지던 주택시장 분위기가 지난주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나온 이후 급반전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매매를 문의하는 투자자들의 전화가 주를 이뤘는데, 정부의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이제 세금 문제를 문의하는 집주인들과 골치 아픈 게 귀찮으니 아예 집을 팔겠다는 사람들의 전화만 빗발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작년부터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폐지하는 등의 정책을 펴 특히 강남을 중심으로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1주일 새 분위기가 싸늘해졌다"며 "정부가 지금까지의 기조와 달리 별안간 월세소득은 물론이고 전세금에 대해서도 세금을 매긴다고 하니 다주택 임대인들이 많이 헷갈려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집주인들은 차라리 과세를 피하려 임차인에게 월세를 깎아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어제만 해도 한 집주인은 180만원하는 월세를 150만원으로 내릴 수 있느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정부에 월세 소득이 노출돼 세금을 내느니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월세를 깎아주는 게 낫다는 게 대부분 집주인들의 인식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는 전날 내놓은 보완책에서 2주택 보유자로 주택임대소득이 연 2천만원 이하인 집주인에게 2016년부터 분리과세를 적용하고 필요경비율을 45%에서 60%로 높여 세 부담을 줄여주기로 한 바 있다.
경기도 분당의 R공인 관계자는 "전세가율이 치솟자 다주택자 중에 실수요자에게 인기가 높은 소형 주택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이 늘며 거래가 활발해지는 국면이었는데, 정부 대책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집주인이 세금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면밀히 따져보기 전에 그동안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집을 매입하려고 하던 다주택자는 잘못하면 고액의 세금을 맞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매입을 보류하며 거래가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다주택 임대인들이 집을 팔아야 하느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많아 잘못하면 매물 폭탄으로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매매시장의 냉각도 문제지만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전월세 소득에 대한 과세의 파장이 부동산시장 왜곡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세금을 피하기 위한 다운 계약, 이면 계약 등의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거래 현장 종사자들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전문가 역시 정부의 설익은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 이어진 보완 대책 등이 매매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 과세 2년 유예 조치는 시장의 불안감을 다소 가라앉힐 수는 있겠지만 불안감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다"며 "아파트, 다가구, 다세대, 오피스텔 등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던 사람들이 투자를 보류함으로써 주택 매매시장이 위축되고, 대신 상가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도 "2년간 유예 조치가 내려지긴 했으나 전월세 소득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확고한 이상 분양시장과 재건축시장, 매매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주택거래 활성화를 통한 내수 활성화라는 정부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