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짝'의 여성 출연자 전모(29)씨는 지난 5일 오전 2시 경 촬영장이자 숙소인 제주도 서귀포시의 풀빌라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서귀포 경찰서 측은 브리핑을 통해 "정황상 명백한 자살"이라며 "부검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고인의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제보가 잇따르면서 녹화 과정에 대해 다시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
'짝짓기'까지 엿보기 대상으로 삼는 이 프로그램은 방영 초부터 구설수에 올랐던 문제작이다. 일주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수십 대의 카메라를 앞에 두고 짝을 찾아야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거수일투족과 속마음까지 모두 내보여야 하고 필사적인 유혹과 경쟁을 서슴지 않아야 하기에 시청자들의 관음욕구를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장수프로그램이 되고도 늘 존폐 논란에 시달릴 만큼 구설수를 달고 다니는 프로그램이었다.
우선 양식 있는 시청자들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져야 할 ‘짝짓기’가 너무 가감 없이 공적 공간에 노출되는 것 자체를 불편해 했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출연자들을 가상의 인물들처럼 여기게 되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 더 극적인 감정의 기복을 원하게 된다. 실제 출연자들이 상처를 받던 말던 악플을 쏟아낼 수 있는 것도 그들이 나와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출연자들은 제작진들과 다른 출연자들, 수많은 시청자들까지 모두 자신의 행동과 결정을 지켜보며 판단을 내린다는 생각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이들은 편집 이외에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출되게 되는데, 오히려 이 편집이 출연자들을 왜곡시키는 데 이용되기도 했기에 전문가들의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심지어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출연자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거절이나 유혹 등을 하도록 요구한다는 ‘사전 각본’ 논란까지 벌어져 강력한 경고를 받기도 했다.
시청률에 방점을 찍고 제작을 하다 보니 그림이 나올 것 같은 출연자들은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아서, 짝이 있는 사람이나 쇼핑몰 대표의 홍보성 출연도 막지 못했고, 성인동영상에 등장한 출연자나 송사에 휘말린 출연자까지 방송이 돼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심지어 ‘데이트권 얻기 게임’에 경쟁이 과열되어 큰 부상을 입은 출연자까지 생겨났다. 출연자의 정신적인 안전은 물론 육체적 안전도 잘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 아고라 및 각종 온라인사이트 게시판에는 '짝'의 폐지를 주장하는 서명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 하나의 폐지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들을 참여케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의 노출에 훈련이 되어있는 연예인들도 프라이버시권을 주장하는데 하물며 일반인들이라면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카메라에 노출되는 일상이 어떤 비극을 가져오는지 충분히 경고하고, 제작시 충분한 상담을 제공하면서 무엇보다 출연진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제작 풍토를 만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