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국제 정치 문제에 개입을 자제해왔던 그동안의 입장에서 벗어나 메르켈 3기 정부 들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당시 우크라이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압박해 야당과 중재안에 서명하도록 하는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러시아가 크림 자치공화국을 장악한 이후인 2일 메르켈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이끄는 진상조사기구 및 연락기구를 설치하자는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했다.
슈타인마이어 외무장관은 3일 제네바에서 러시아 외무장관인 세르게이 라브로프와 저녁 식사 회동을 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태에 전념하고 있다.
독일이 이처럼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선 것은 유럽이라는 지정학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그동안 러시아와 건설적인 관계를 형성해온 덕분이다.
또한, 러시아 전문가인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피오나 힐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 악화가 독일에 중요한 임무가 부여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일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국가들로부터 의구심을 사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독일은 천연가스 수입의 3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고 있고 석유 수입도 상당 부분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6천여 개의 독일 기업이 활동하고 있어 경제계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등으로 미국 등에서는 독일이 중재 역할을 완수할 수 있는 역량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퇴임한 미국의 고위급 외교관은 슈피겔에 "EU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지만, 진짜 문제는 독일이다"면서 "메르켈은 주저하는 지도자"라고 독일의 미지근한 대응에 불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