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내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임원의 30%, 직원의 50%를 탈북자로 채용할 것, 공모사업 지원예산을 사업당 3천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것 등이 그 내용이다. 재단의 사업 입찰 전부를 자신들에게 맡길 것을 요구하기도 하고 재단 임직원의 급여를 탈북민 수준으로 낮추라는 요구까지 한다.
요구 사항의 적절성 여부를 차치하고, 과연 이들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탈북민을 대표하는지부터 의문이 생긴다. 단체들이 회원 명단조차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 탈북민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돌아가시고 난 뒤 탈북민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장 북정연 회장인 H씨만 봐도 지난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원금이 집중된 것이 문제가 된 인물이다. 외교통일위 소속 심재권 의원(민주당)은 H씨가 2011년부터 3년 동안 겨레선교회, 탈북인 총연합, 한빛복지법인, NK체육단체까지 모두 4개 단체장을 역임하며 1억 9천만원을 지원받았다고 지적했었다.
국감 지적과 새 정부 방침 등과 맞물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측은 사업공모 절차를 강화하면서 북정연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북정연의 반발이 거셌다. 재단과 이들 단체 간 간담회에서 "불 태워 죽이겠다"는 험한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견디다 못한 재단 측은 지난 달 27일 감사원에 "재단의 사업 선정 절차가 제대로 되는지 감사해달라"며 스스로를 조사해 달라는 이례적인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탈북단체 회장직 명함을 여러 개 갖고 있는 면면을 보면, 탈북 시점이 거의 90년 대다.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 전에 북한을 빠져나와 남한 생활이 20여 년 되는 셈이다. 이들 1세대는 주로 탈북 러시를 이루던 김영삼 정권 때 한국에 들어와, 푸짐한 정착지원금은 물론이고 안정적인 직장까지 알선 받는 등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반면 그 이후인 2세대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탈북민으로, 남북 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한이 화해 무드를 타자 애물단지 취급을 받은 측면이 있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이라는 참혹한 시절을 겪은 세대인데, 남한 생활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들 세대에 해당하는 30~40대 젊은 탈북민들은, 목소리가 큰 1세대 일부 탈북민들의 활동이 못마땅하다.
2007년 탈북해 현재 대학생인 A씨는 "고난의 행군 때 하룻 밤만 자고 일어나면 옆 집 누가 굶어죽었다, 그 다음 날에는 또 누가 굶어 죽었다 하는 얘기를 들었던 내 입장에서는, 언론에 나와서 마치 탈북민 대표인 양 떠드는 게 화가 난다"며 "북한도 모르고 남한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30대 탈북민 B씨는 "한국에도 어렵게 사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정착금도 받고 직업교육도 받지 않느냐. 일단 우리가 열심히 일해야지 더달라고만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 2세대은 탈북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낼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극우 보수로 정치세력화하면서 혜택만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확대되면서, 정작 한국에 적응하려고 필사적으로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소외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지적한다. 탈북민을 대변하는 주장이 단순히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돼선 안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