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고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이 차량이 돌진할 당시 정지신호등(브레이크 등)이 켜져 있었던 사실이다.
지난 3일 오전 7시 20분께 광주 광산구 모 공장 내 주차장 외벽에 김모(50)씨의 승용차가 돌진했다.
이 사고로 김씨가 숨지고 뒷좌석과 조수석에 각각 앉은 딸(22)과 아들(19)이 크게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김씨는 이 공장에서 일하는 아내를 기다리며 주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CTV 확인 결과, 김씨의 차량은 정지한 상태에서 갑자기 120m가량을 벽을 향해 돌진했다.
주행하는 과정에서 수초간 차량의 정지신호등이 지속적으로 켜져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행 중 김씨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동승한 딸도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차가 계속 질주했다"고 진술, 급발진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고 차량은 2000년 출고됐으며 김씨가 최근 중고차량시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지등이 켜진 점과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급발진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과수에 차량에 대한 정밀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지난 2011년 11월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때도 정지등이 켜져 있었으나 '급발진 사고'로 인정받지 못했다.
당시 운전자는 주행 중 브레이크 등이 켜진 점을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급발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2012년 모의충돌 실험 결과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동등이 켜지고 ABS(브레이크 잠김방지장치)가 작동할 수 있으며 기계적 관성력에 의해 브레이크 등이 켜질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정부는 수년째 끊이지 않는 급발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민관 합동조사반을 꾸려 지난해까지 3차례 공개실험까지 했다.
그러나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급발진이 과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는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공식 발표에도 급발진 의심 신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2012년 전국적으로 급발진 신고가 136건이 접수되는 등 매월 약 10건꼴로 신고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급발진 의심사고에 대해 '급발진 사고'로 인정하는 법원 판결도 나오고 있다.
대구지법 안동지원은 지난 2012년 사망사고를 낸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로 기소됐지만 급발진 교통사고라고 주장하는 운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급발진 의심사고가 나면 해당차량의 결함을 운전자가 아닌 차량의 제조·판매업체가 입증해야 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도 있었다.
광주 광산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정황으로 볼 때 급발진이 의심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없다면 운전자 과실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