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컨설턴트를 온전히 믿을 수 있을까. 나아가 그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마음과 태도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의문을 갖는다.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판단해야 할지 몰라서다. 컨설턴트의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이런 의문점을 갖고 컨설턴트의 상담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홀리기 십상이다. 사실상 제대로 상담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인류사회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현상 중 하나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다. 모럴해저드는 법과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자기 책임을 소홀히 하거나 집단적인 이기주의를 나타내는 상태를 뜻한다. 최근 금융업계에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과 배경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중 한가지를 꼽자면 업계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도덕성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업계에서 유명한 파이낸셜 컨설턴트와 2회에 걸쳐 상담을 진행했다. 상담을 마친 그는 250만원 상당의 보험을 가입하기로 했다. 상품은 변액보험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런데 상품 가입을 결정한 후 A씨는 고민에 빠졌다. 본인의 소득이 또래보다 높은 편이었지만 집을 장만해야 할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컨설턴트에게 상담을 신청한 이유는 돈을 모으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위해서였다.
도덕성, 컨설턴트의 최고 자질
컨설턴트는 크게 3가지 방법으로 돈을 번다. 일반 직장인처럼 회사로부터 일정한 월급을 받거나 100% 수수료를 통해 소득을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일정한 실적을 올리면 성과급을 받을 때도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컨설턴트가 그런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가늠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은행에 속한 프라이빗뱅커(PB)는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지만 해당 은행의 테두리 안에서 활동해야 하는 제약이 있다. 그도 소속원인지라 해당 은행에 반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이익보다는 은행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회사에 불이익을 주면서까지 상품을 팔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는 PB의 구조적인 문제고, 한계다. 고객은 이런 점을 감안해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직업정신'이라는 말이 있다. 좋은 얘기다. 하지만 직업정신은 고객을 향해 있을 때 그 가치를 발한다. 다시 말하면 고객에 반하는 직업정신은 고객에게 날카로운 '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준일 평생자산관리연구소 대표 wnsdlf214@naver.com